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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5일에 쓴 글들

Humane Interface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

[ 2003-Dec-15, 21시 19분] [ Category : 책 읽은 척 하기 ] [ 엮인글수 : Comments Off ]

- 책 제목 : Humane Interface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
- 저자 : 제프 래스킨 (Jef Raskin)
- 분량 : 300여 페이지
- 분류 : 디자인, 기획
- 사진 출처 : YES 24

애플사의 매킨토시의 인터페이스를 담당한 유명 인터페이스 기획자(디자이너)인 제프 래스킨이 저술한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구입할 이유는 충분하다. 기존의 인터페이스 관련 책들이 ‘이러 이러한 인터페이스가 좋은 인터페이스다. 왜냐하면 …… 하기 때문이다.’ 식으로 접근을 했다면 이 책은 좋은 인터페이스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더해져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당장 여러 가지를 시험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그렇게 하면 정말 인터페이스상으로 더 좋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라기 보다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생각이 마구 생겨나서 당장 적용하고,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 지 직접 접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이 꽤 어렵다. 어려운 단어도 많이 나오고 번역도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수학 공식적 접근이 꽤 많았다. 소설책은 5분이면 6쪽을 읽지만 이 책은 2쪽도 버겁다. 디자인과를 다니는 사람들은 익숙한 내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던 내게는 어려운 문장들이었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자 한다면 이 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러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것이 좋은 인터페이스다! 라는 정적인 경험주의적의 지식이 생기는 것이 아닌, 이런 인터페이스는 어떨까? 이것은? 하는 동적이고 유연한 안목과 사고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어떤 사람

[ , 14시 00분] [ Category : 잘난 척 하기 ] [ 엮인글수 : Comments Off ]

기획이란 뜬구름 잡는 느낌의 단어이다. 어느 정도 내공을 갖추지 못한 기획자도 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간혹 내공을 좀 갖추고 있고 매우 거만하거나 혹은 거만하면서 적극적인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가 있는 팀의 경우 기획자는 단지 자신이 시키는 일을 문서로 정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아차! 말을 수정한다. 간혹 그런 경우가 있는 게 아니라 종종 그런 경우가 많다. 기획자로 사회에서 명함 팔고 있는 나로서는 할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럼 기획자에 대한 내 생각을 잡아 나아가 보자. (참고로 옆의 그림은 누가 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긁어왔다. 원 주인이 원하지 않으면 삭제하리~)

내공이 조금 쌓인 기획자들은 자신들을 잡일꾼(일명 노가다맨)이라고 한다. 온갖 잡일을 다한다는 볼멘 소리와 함께. 그것도 좋고 존중하는 개념이 아니라 매우 낮게 여기는 뉘앙스가 강렬하다.

내공이 많이 쌓인 기획자나 프로그래머쯤 되면 기획자의 위치는 급부상한다. 이들에게 기획자는 개발실의 사장이라고 생각한다. 즉 CTO (Chief Technical Officer : 기술 담당 최고 책임자)로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 전체의 총 경영자가 CEO(Chief Executive Officer : 최고 경영자)라면 개발에 있어서 총 경영자는 기획자로 보는 것이다. (물론 능력이 안따라주면 그만한 대우도 없지만 )

위 단락을 통해 기획자란 어떤 사람인지 사실상 정의가 내려졌다. 기획자는 개발에 있어 총 책임을 맡고 있고, 관리를 하는 개발자다. 그래서 항상 뭘 하는지 모르게 바쁜 사람이고, 늘 경영진과 접촉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늘 다른 팀(프로그램팀이라 그래픽팀)의 팀장과 싸운다.

같은 직급일지라도 기획 팀장은 프로그램 팀장이나 그래픽 팀장보다 권한이 좀 더 강하다. 이것은 직급을 떠나서 게임을 개발하는 일의 절차 자체가 기획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과 그래픽은 기획에 주도하에 진행되는 구조이기에 기획의 권한은 강력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늘 기획자와 다른 팀의 팀장들과 싸우는 걸지도 모른다)

사장의 결과물은 회사 그 자체다. 회사가 발전해나간다는 것은 사장이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이 말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 사장 혼자의 능력으로 회사를 발전시킨다는 게 아니라, 사장이 능력을 잘 발휘하여 직원들의 능력을 잘 이끌어내고 그들의 복지에 신경도 쓰는 등 회사 경영을 잘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 기획자의 결과물은 무엇일까. 바로 기획서이다.

사장이 뭘 하는지 도대체 알 수는 없지만(맨날 술이나 마시러 다니고, 사람들 구박하고, 외근이랍시고 툭하면 자리에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사장이 능력 있으면 회사는 잘 커나간다.

기획자가 뭘 하는지 도대체 알 수는 없지만(맨날 업무 시간에 게임이나 하고 있고, 인터넷 사이트나 돌아다니고, Office 프로그램 열어놓고 꾸벅 꾸벅 졸고 있고, 간혹 일을 한답시고 다른 팀원이나 팀장, 혹은 기획팀의 다른 사람과 싸우기나 하면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할까? 라고 생각한다) 어쨌건 기획자가 능력 있으면 게임 개발은 잘 진행된다.

그렇게 알 수 없는 일을 하는 그들이 누구나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결과물을 내는 것이 바로 기획서이다. (물론 프로젝트의 성공 자체도 기획자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그것은 영업적인 영향력이 너무나 크다)

정리하려 한다. 외부의 사람들이나 내부(주로 경영진)에서 인정 받는 기획자치고 개발팀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안듣는 기획자 없다. 그것이 기획자이고, 왜 싫은 소리를 듣는지 안다면 기획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