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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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05일에 쓴 글들

왼손과 오른손. 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

[ 2004-Dec-05, 19시 00분] [ Category : 책 읽은 척 하기 ] [ 엮인글수 : 8 ]
사진 출처 : YES 24

키보드로 한글을 입력하는 방식 중에는 세벌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준 방식인 두벌식 키보드는 자음이 왼쪽, 모음이 오른쪽에 있다. 이와는 달리 세벌식은 초성은 키보드의 오른쪽, 중성은 중앙, 종성은 왼쪽에 위치하고, 초성과 중성, 종성을 조합하며 입력하는 방식이다. 세벌식은 두벌식이기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여러 문제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재밌는 사실은 세벌식 이용자들이 언급하는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나은 점, 그러니까 두벌식의 문제점이 두벌식 이용자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간혹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벌식 이용자들이 ‘두벌식의 문제점’이라고 큰 제목으로 다룰 만큼 크게 와닿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는 양손 잡이이다. 아니, 양손 잡이에 가깝다. 본래 오른손 잡이이지만 왼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현재는 왼손도 능숙하다. 애초 오른손으로 습관을 들이지 않은 행동의 경우는 오히려 왼손이 더 능숙한 경우도 있는데, 지폐를 세는 행위가 그러하다.

왼손을 사용한지 10년이 넘자 무의식 중에 왼손을 사용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 내린 오른손 잡이용 사회 시설에 약간의 불편을 겪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왼손 잡이들이라면 이런 불편함을 수시로 느끼겠지 하는 걱정을 하곤 한다. 물론 그것은 괜한 걱정이다. 양손 잡이인 내가 걱정을 할만큼 왼손 잡이들이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왼손 잡이들은 괴롭다. 지하철 개찰구의 표 넣는 방향이 오른손 잡이용이라서 무의식 중에 왼손으로 표를 집다가 낭패를 겪어서가 아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컴퓨터 마우스가 오른손 잡이용이라서도 아니다. 내가 양손 잡이여서는 당연히 더욱 더 아니다. 그들이 괴로운 이유는 오른손을 사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왜냐하면 왼손을 사용하는 것은 암묵적인 금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좌우 비대칭이다. 외형은 얼핏 대칭으로 보일 지 모르지만 내부는 비대칭이다. 이는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인데 육지로 올라오며 진화할 수록 비대칭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조류는 머리에서 꼬리 쪽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지만, 양서류로, 그리고 포유류로 진화하면서 내장을 차곡 차곡 쌓아가려는 효율의 이유로 비대칭으로 변한다. 때문에 우리 몸은 내상에 대해 매우 불안전하고 불완전하다.

이런 불완전한 비대칭은 양손에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완벽하게 타고난 양손 잡이가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애초 오른손 잡이였는데 왼손을 사용하는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로 인해 양손을 사용하는 경우는 있을지 모르지만 오른손 잡이, 왼손 잡이처럼 선천적인 양손 잡이는 보기 힘들다. 이것이 유전적 요인인지 아니면, 어떤 우연한 계기로 유인원이 오른손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얻은 경험이 쌓이면서 그리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되었건 어느 이유에서건 동서 막론하고 인류는 오른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왼손은 반대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문화로 자리를 잡기에 이른다. 왼손은 일찍 죽는다거나 왼손으로 식사를 하면 복이 날아간다는 식의 왼손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왼손과 오른손이 가지는 단어의 뜻에서 조차 왼손은 부정적이고 오른손은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부분에서도 왼손을 경시하는 문화를 알 수 있다.

왼손의 왼은 외다가 어원이다. 오른쪽을 의미하는 right는 옳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아니, 영어 단어를 보지 않더라도 오른쪽의 ‘오른’은 ‘옳은’이 어원이다. 반면에 left쪽은 부정적인 의미이다. 책에서 언급된 left-handed는 서투른, 솜씨 없는 등의 부정적인 의미가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무슨 일에든지 솔선해 나서지만 곧 뺑소니 친다는 의미의 왼발 구르고 침 뱉는다는 말이 존재한다.

언어에서 보이는 왼쪽의 부정적인 인식은 문화 전반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은 왼손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금기로 자리 잡았고, 이는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아기들에게 왼손이 아닌 오른손 사용을 강요하는 어머니들의 무서운 집념을 낳고 있다.

최근에는 오른손을 담당하는 왼쪽 뇌는 IQ, 왼손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는 EQ와 관련되어 있는데, 세상은 점차 EQ가 중요시 된다는 등 왼손 사용을 함으로써 얻는 장점이 부각이 되어 차츰 왼손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좌뇌와 우뇌의 역할이 다른 것이 반드시 좌뇌는 논리 담당, 우뇌는 예술 및 운동 담당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왼손과 오른손에 대한 어떤 목적을 가진 강한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책의 이름처럼 왼손과 오른손에 얽힌 좌우 상징, 억압과 금기의 문화 역사를 자료로 다루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부담 없이 읽기 시작하여 좋은 생각거리와 대화거리를 얻게 된 좋은 계기였다. 왼손 잡이를 무심코 바라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 왼손 잡이가 오른손 잡이를 바라볼 때 혹은 오른손 잡이가 왼손 잡이를 바라볼 때의 감흥이 남달라져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

파이어폭스가 우월한 거 맞다.

[ , 17시 40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에 써봄직한 가벼움 ] [ 엮인글수 : 7 ]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파이어 폭스의 논쟁이 한풀 꺾여가는 듯 하면서도 불 붙기가 어느 덧 여러 번 되었다. Windows 진영과 Linux 진영, ASP 진영과 PHP 진영, MS 프로그래밍 툴 진영과 볼랜드 프로그래밍 툴 진영과의 논쟁처럼 이 두 웹 브라우저간의 논쟁도 생산적이면서도 소모적이고 격렬하면서도 유치하며, 재밌으면서도 썰렁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파이어 폭스간의 성능이나 기능 대결은 사실 비교 대상이 안된다. 파이어 폭스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 우월하다. 그것은 진실이며 사실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6는 출시된 지 3년이나 되었다. 물론 2001년 발표 이후 수 차례 보안 패치가 발표되었고, 서비스라는 거창한 이름의(MS는 제품 보수의 의무를 서비스라고 표현하길 좋아한다) SP1도 발표되었다. XP에 한하여 SP2도 발표되긴 했지만, 최초의 판(Version) 이후 기능의 추가는 사실상 없다.

물론 그만큼 대단하고 완벽하여 더 이상의 판 올림(Version up)이 필요 없는 경우는 있다. 예를 들면 뛰어난 성능과 보안에 강한 메일 서버 시스템인 qmail이나 도메인 네임 서비스 서버인 djbdns의 경우는 발표된 지 수 년이 지나도록 더 이상의 판 올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 이상 판 올림이 불필요할 정도로 완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6의 공식 홈페이지를 보더라도 최신 기술인 CSS 2에 대한 지원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즉 2001년에 발표된 상태에서 심각한 보안 보완을 제외한 더 이상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불과 얼마 전에 발표된 파이어 폭스보다 나은 점이라고는 기존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용자들에게 익숙하다는 점 외에는 없다.

논쟁의 소재가 되는 것은 사실 파이어 폭스가 우월하는지가 아니다. 파이어 폭스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 우월하다고 해서 파이어 폭스 이용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용자보다 우월한 것이 아닌데 어째서 그리 콧대를 높이냐는 것이다.

당연하다. 옳은 말이다. 새로움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도전 정신과 호기심에 대한 자부심, 아니 그런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드러낼 수 있는 부지런함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자랑한다면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단지 파이어 폭스를 사용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용자에 대한 묘한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유쾌하고 재밌는 짬뽕같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웃기는 짬뽕이다 이거지)

하지만 일부 파이어 폭스 이용자의 지나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격하로 그들의 묘한 잘난 척이 느껴져서 발끈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용자들의 풍기는 냄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용자들은 현재로도 만족하며 잘 쓰고 있는데 쓸데 없는 기능들이 부럽지도 않으며 생각보다 가볍거나 빠르지도 않고 기능이 알려진 것처럼 풍부하지도 않더라는 반발심에 의한 묘한 격하가 훌륭히 전달된다. 자랑할 게 없어서 나이 자랑한다는 얘기처럼 별 것도 아닌 걸로 호들갑 떤다는 식의 반응이다.

이제까지의 파이어 폭스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논쟁은 파이어 폭스 이용자들의 우월 심리 때문이라는 불똥 하나와 그런 적 없다는 반발이라는 이름의 석유가 만나 아직도 힘차게 불타오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부채질은 파이어 폭스의 나은 점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폐쇄적인 이들의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좋은 소리도 3번 들으면 듣기 싫다는데 자꾸만 네 것보다 내 것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듣기 싫을 뿐 아니라 반발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좋은 얘기 해주고 있는데 세 번 이상 들었다고 버럭! 화내는 태도 역시 이게 좋더라~며 즐거워하는 이에게는 좋은 반응이 아니다. 누가 뭘 쓰건 자유이고 우월 심리나 자부심 가질 이유도 없다. 즉 이용자들끼리 혹여라 상처 받거나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는 말이다. 파이어 폭스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우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