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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6월 11일에 쓴 글들

나의 광주 답사기

[ 2005-Jun-11, 13시 46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에 써봄직한 가벼움 ] [ 엮인글수 : 9 ]

광주에 갈까?

2005년 6월 첫째 주 초. 며칠 뒤면 연휴였다. 마님과 나는 콘도를 빌려 연휴 동안 스타워즈 기존작들을 모두 보고 연휴가 끝난 뒤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을 보려 했다. 나름의 알차고 명랑한 휴가 계획. 그러나 알찬 휴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우리 말고도 무척 많았다. 콘도를 잡지 못한 우리는 이번 연휴에 아무 곳에도 못 가고 집에서 굴러야 하는 거 아니냐며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 내 머리에 광주가 번개처럼 스쳤다. 실은 꺼칠이님과 MSN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떠올랐다.

2005년 3월. 회사를 옮기게 되었고, 새 회사에 가기 전까지 며칠의 짬이 있었다. 예전부터 꺼칠이님 보러 광주에 간다고 했는데 시간이 마땅찮아 가지 못했다. 이번이 기회이다 싶어 나는 광주 방문 계획을 짰고, 어느 덧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흘러 6월이 되었다. orz 광주에 간다고 하고선 매번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못한(않은) 것이다.

음식도 맛있는 문화의 지역, 광주! 마침내 광주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만, 출발부터 삐거덕거렸다. 내 차를 아버지께서 끌고나가셔서 아버지 차와 바꾸러 아침부터 연신내까지 갔고, 차를 바꾸고 광주로 향하는 힘찬 시동을 걸자 마님의 오라버니께서 사용하시는 GPS는 기절하시고 만다. 모르는 길로 운전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나이기에 광주 여행을 확 취소할까 고민까지 했다. 마님의 설득으로 결국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광주를 향한 힘겨운 여행길

아침 10시에 출발한 우리는 오후 4시가 되었을 때 경기도 하남시 부근에서 버벅대고 있었다. 난 부지런하게 금요일(3일)에 미리 고속도로를 탈 것이지, 게으르게시리 이제 와서(4일, 토요일) 고속도로 탄다며 내 앞과 뒤, 그리고 옆을 가득 메운 다른 차들을 향해 구시렁거렸다. 한참을 버벅이며 갔을 때, 광주를 가려면 이리 오라는 표지판의 기호를 발견했다. 나와 마님은 뻥 뚫린 광주행 분기점 도로를 향해 달리며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꿈틀대는 차들을 보고 비웃었다. 짜식들, 나처럼 광주로 놀러가면 길도 안막히고 좀 좋으냐! 라며.
잠시 후, 우리는 경기도 광주 톨게이트에 2천 원 가량을 지불하고 좌절해야 했다.

애꿎은 표지판과 GPS를 구박하며 몇 십분 전에 우리가 비웃었던 긴 차 행렬에 슬쩍 끼어 기어가기를 몇 시간. 우린 여전히 경기도 땅 위에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우리를 기다리는 꺼칠이님 일행에게 먼저 식사하며 즐기라고 연락한 시간은 오후 7시에 가까운 때였다. 기절하신 GPS(PDA)를 간간이 깨우기 위해 사람의 헛된 욕망을 행하기도 하고, 과자로 입과 배를 달래며 한참을 달리고 서기를 반복하며 대전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9시경. 아침부터 부산 떨어서 기껏 도착한 곳이 대전이라는 생각이 들자 대단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각 꺼칠이님은 일행과 함께 쏘시지와 삼겹살을 구워 자시고 계셨다. 마님은 삼겹살 먹고 싶다며 앵앵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내 아랫배도 앵앵거리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먹을거리의 위생 상태는 청결함과 먼 친척뻘이다. 내 예민한 장은 휴게소에서 산 음식을 먹으면 텃세 부리며 낯선 세균들과 싸우느라 요동친다. 몇 분이라도 빨리 도착해서 쉬고 싶었지만, 장이 뒤틀리면 이런 느낌일까 궁금증이 일어나는 간격이 점차 짧아져 휴게소에 들렸다 한참을 달렸다.

배고픔에 전라남도 부근의 한 휴게소에서 눈물 젖은 라면과 가락국수(우동)를 먹던 시각은 밤 11시경이었다. 음식 맛 좋다는 전라도까지 와서 30분이나 줄 서서 기껏 먹고 있는 저녁 식사가 휴게소 라면과 스프로 국물 맛을 낸 가락국수였다. 난 라면 정식을 시켰는데 내 뒤 아저씨의 만두 라면과 함께 끓이느라 만두의 느끼함이 국물에서 느껴졌다. orz

신데렐라. 한날렐라. 나는 자정쯤 되면 미친 듯이 잠이 쏟아진다. 졸려서 머리도 아파 온다. 자정 다 돼서 광주 톨게이트에 돈을 납부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고, 1시간만 더 달리면 자신이 있는 남원에 도착한다는 꺼칠이님의 말이 있었다. 그러나 14시간째 운전을 하고 있는 나는 자정을 넘기며 운전할 자신이 없었다. 이미 두통은 시작됐고, 잠은 쏟아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린 전남대 부근으로 빠져서 부근 모텔(수줍)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참 먼 곳에 있는 모텔에 왔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내용은 다음 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