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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9월 16일에 쓴 글들

올블로그 2주년 행사

[ 2006-Sep-16, 22시 48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의 단상 ] [ 엮인글수 : 4 ]

밖에 나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다 올블로그 생일 잔치에 얼굴 드밀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참석할 생각도 없었는데 어찌 저찌하여 참석하고 축하 인사까지 남겼다. 참석하기 전 마음은 저러했더라도 참석하여 남긴 축하 인사말은 본마음이니 혹 올블로그 관계자가 앞 문장을 보고 “먹거리도 먹이고 반가이 맞이해줬더니 이런 글을 남겨! 앗! 배신감!” 하는 생각 갖지 않기를.

구글을 지향하거나 혹은 넘어서려는 목적과 목표가 없더라도 최근 웹쪽의 뜨거운 감자는 검색이다. 예전엔 훌륭한 무엇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려고 버둥거렸다면, 요즘엔 훌륭하지 못한, 어쩌면 어줍잖은 무엇이라도 한 데로 모이면 본질의 가치는 부족할지 몰라도 세력의 가치, 즉, 여론이 되고 이 여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을 좇느라 버둥대고 있다. Web 2.0이니 어쩌니 하는 말을 다 제껴두고, 우리나라는 우리 식대로 독특하게 체험을 했고, 그 독특함이 해외에서 논하는 그것들의 (억지로 말을 붙이자면)본질성과 순수성 못지 않게 팔딱이고 색다른 맛을 내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웹쪽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NCSoft를 비롯, SK Communications에 이글루스를 판 온네트, 그리고 지금은 NHN과 한 가족이 된 첫눈 등 우리나라 안에서 이렇게 활발히 검색에 관심을 갖고 달려들고 있다. 뜨거운 감자를 먼저 한 입 베어 물기 위한 나라 안팎의 노력이 무서울 지경이다.

올블로그 역시 그런 노력을 해왔으며 (올블로그의 발표 그대로를 따르자면) 쓸만한 수준을 가진 검색 기능과 성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직접 몇 가지를 시험해보니 현재(예전)보다 한결 만족스러운 검색을 보여주며, 그 만족에 도달하도록 이용자의 검색 방법과 접근을 쉽고 명확한 조작감(UI)으로 이끈다. 몇 가지 잔실수(검색 말에 ‘를 넣으면 잘못 작동한다. 그리고, 내 블로그 중 한 곳인 이곳의 이름엔 ‘ 기호가 들어간다)와 아쉬운 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를 사진 찍듯이 쌓아 담아놓은 정보 속을 뒤적이는 접근성은 네이버 보다 낫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부 최신 흐름이나 대세는 구글보다 더 낫다.

하지만, 역시 현재가 아닌 과거를 뒤적이는 것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올블로그 측에서 발표한 것을 들으며 느낀 점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손수제작물(User Created Contents, User Generated Contents)을 여러 방법으로 효율성 있게 노출시키기를 고민해왔고, 이번에 선 보일 새 검색기도 그 현재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강하게 든다. 현재, 혹은 최근의 좋은 정보를 노출시키기엔 좋으나 시간이 제법 지난 정보를 노출시키기엔 부족한 감이 있으며, 검색 결과를 보며 추측한 나열 규칙을 생각해보면 금방 보완될 것 같지도 않다. 그 이유는 이미 지나간 정보물을 다시 끄집어내기 쉽게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기 보다는 요즘 일어나고 있는 정보물을 잘 끄집어내는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면 올블로그가 좇고 있는 지금의 방향에 손을 들겠지만, 하늘이님이나 골빈해커님이 말씀하신 큰 목표를 이루기엔 무리가 많은 방향이기도 하다. 그 분야는 아직 구글이 아주 잘해오고 있는 부분이며 검색이 형편 없다고 비난과 비판 받기 일쑤인 네이버 조차도 따라잡기 힘든 것이 현재 올블로그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쪽(과거 뒤적이기)은 차라리 BarCamp같은 움직임이(혹은, 블루문님의 인터뷰로그라던가) 더 나을 수 있고 그 질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 차라리 BarCamp같은 활동이 현재 만들어내는 과거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근해서 제공하는, 즉 한 다리 거쳐 과거 뒤적이는 것이 낫다면 나을 것이다.

2004년 9월 19일에 시작하여 지난 2005년 9월 19일엔 기반을 다지고 자료를 쌓기 위한 노력을 했다면(여론 기반 형성), 이제 올블로그는 그 자료를 찾아 제공하는 노력을 할 차례이다(여론의 기능성). 그리고 오늘 행사에서 발표한 그것이라면 그동안 많은 사람이 느껴왔던 답답한 숨통을 조금, 혹은 조금보다는 좀 더 많이 틔워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그것 자체는 이미 쓸만한 상태이니 그것을 이용자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이끌어 쓰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도 될 수준이라 할 수도 있다. (올블로그가 제공하는 그 다양한 기능은 사실 그다지 활용되고 있지 않고 있다.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쓰도록 유도하고 이끄는 기획력의 문제였다. 네이버만큼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올블로그가 보여준 이용자 운영 기획력은 많이 아쉬웠다) 내년에 있을 올블로그 3주년 행사에 참가할지는 모르겠지만, 3주년 행사 때에도 이번 2주년 행사 때 보여준 발전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덧쓰기 : lunamoth님. 저 이번 주부터 종종 lunamoth님 블로그 접속할 때 banned 이라고 떠요. @_@

덧쓰기 : 자뭇 기대에 못미친다는 식으로 느껴질 글 내용인데, 올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말한 내 주변 가까운 사람은 오히려 칭찬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나는 이번 올블로그의 방향과 성과 발표로 올블로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현재 이룬 발전과 그 발전을 이루기 위해 들여온 지난 노력을 인정(?) 하는 것이다. 남의 생일에 불평하거나 비판할 생각도 없을 뿐더러 그럴 이유도 없다. 그냥 뭐 얻어먹으면 머리로 보답을 하려는 마음으로 의견을 덧붙였다. 오해 없기를. :) (소심…소심)

참 예쁜 그 여자

[ , 11시 36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의 단상 ] [ 엮인글수 : 4 ]

출근 길. 잠실역에 다다르자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러 걸어간다.

요즘 회사 일에 신경을 많이 쏟았더니 아침 식사를 하고 똥을 누고 나서도 잠이 쉬이 깨지 않는다. 버스에서도 눈만 말똥 말똥하지 정신은 멍하다.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구르지 않으려고 긴장을 하면서 슬슬 잠이 깨긴 하지만 여전히 반쯤 멍하다.

자연스레 내 앞으로 새치기를 하는 아주머니를 멍한 눈으로 바라본다. 내 뒤에 사람이 없다면야 내 앞에서 새치기를 해도 개의치 않지만 내 뒤로 너댓명이 줄 서있다보니 어리바리하게 새치기 당한 것이 뒷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열차 문이 위치할 곳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그 위치 사이 사이 공간은 좀 한가하다. 그렇다고 아주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줄을 서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 몇 몇이 띄엄 띄엄 있는데, 열차가 역 안에 들어오면 슬금 슬금 열차 입구쪽으로 다가오다가 열차 문이 열리면 스르륵~ 하고 끼어든다. 나는 대체로 새치기 당하는 어리바리한 청년 역할을 거의 매일 도맡는다. 방금 아주머니처럼 나를 상대로 열차가 오지도 않았는데 대놓고 새치기를 하는데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열차가 왔을 때 공격수의 공을 슬쩍 가로채는 축구 선수 김남일처럼 옆에서 끼어들어 나보다 먼저 열차 안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굳이 하는 자와 당하는 자로 역할을 나눌 필요는 없지만, 새치기 하고 싶어 새치기 하는 사람은 새치기 당하고 싶어 새치기 당하는 사람보다 수가 많을 것이다. 새치기 당하는 걸 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므로.

새치기를 하는 역할과 당하는 역할로 사람을 구분했을 때, 나는 당하는 역할을 더 잘하고 그 여자도 나랑 마찬가지로 보인다. 다른 점은 있다. 나는 새치기를 당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당해 주는 사람이라면, 그 여자는 누군가 그 여자 앞에 끼어 들었을 때 끼어드는 사람과 당한 사람의 몸놀림이 무척 자연스러워서 마치 그 여자가 새치기 당하기 전에 스스로 공간을 내주는 걸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사람 사이 사이에서 누군가는 소매치기를 하고 누군가는 다른 이를 회칼로 배를 쑤시고 누군가는 고통에 차 한 팔을 번쩔 들고 비명을 지를 지라도 그 무리를 멀찍이 물러나 넓게 바라보면 그냥 한 덩어리의 자연스러운 꾸물 꾸물한 움직임이다. 그 여자가 새치기 당하는 것도 그런 식이어서 분명 공중 도덕을 논할 주제로 충분한 새치기가 이뤄지는대도 그 여자를 둘러싼 그 풍경 자체는 원래 있을 법한 느낌이다.

어쩜 저리도 자연스럽게, 위화감 없이 새치기를 당할 수 있을까?
재밌기도 하고 그 능숙함에 관심이 생겨 그 여자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고개 한 번을 내쪽으로 틀지 않아 옆모습에서 여자 특유의 곡선을 볼 뿐이다. 그런데, 열차가 신천 역을 향해 출발할 때였다. 그 여자가 내 쪽으로 왔다. 나는 7번 칸의 2번 문 부근에 바보처럼 꾸겨져 서있었다. 팔을 내리자니 열차가 크게 흔들릴 때 내 주변 여자의 가슴이나 엉덩이에 내 팔이 닿을 염려가 있어 두 팔을 만세하듯 올리고 있었다. 손잡이도 잡지 못해서 빈약해 보이는 내 팔이 공중에서 덜렁거린다. 아무것도 잡지 못해 몸의 무게 중심을 낮추고 발로는 땅을 움켜쥐듯 종아리와 허벅지를 긴장 시켰다. 마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버둥대며 신을 불러들이는 사이비 주술자 같았다.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케 하는 큼직한 등 가방을 등에 달고 멍청해 보이지만 실속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청년 근처로 힘겹게 다가온 그녀는 용케도 문 바로 옆 쇠 기둥의 빈 공간 속으로 들어가 쇠 기둥을 기대어 섰다.

참 예뻤다.

예쁘다는 말에는 절대 기준이 없다. 무엇과 비교를 하건, 혹은 어떤 관점의 차이가 있던지 상대되는 기준에 따라 예쁘다는 판단을 한다. 그런 기준은 사람마다 오묘하고 다양하다. 특정 사회 집단을 한 무리로 잡고 그 무리 속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예쁜 것을 판단하는 상대 기준의 비슷한 점을 모아놓으면 절대 기준 비슷한 사회 기준이 마련된다. 예로 김태희는 예쁘다는 말이 대체로 두루 인정 받는 것을 들 수 있다.

그 여자는 그런 사회 기준으로 봐도 참 예쁘고 내 상대 기준으로 봐도 참 예쁘다. 뇌를 앞뒤로 반을 갈라서 왼쪽 뇌와 오른쪽 뇌로 구분한다면, 아침 9시 30분 쯤 내 뇌는 양쪽 귀가 있는 위치에서 반을 갈라 앞쪽 뇌는 깨어 있고 뒤쪽 뇌는 잠들어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그 여자의 예쁜 이마와 얼굴, 볼, 코, 입술, 턱, 턱선, 목, 빗장 뼈, 어깨 선, 오목한 허리 선과 부드럽지만 직선에 가까운 다리 선을 보자 내 뒤쪽 뇌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버렸다. 갑자기 내 멍청해 보이지만 실속 있는 내 자세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렇다. 여자가 무척 예쁘거나 아름다우면 너무 예쁘거나 아름답다고 받아들인다. 그 여자를 제대로 바라보는 순간 잠에서 깨어버린 내 뇌는 어느 덧 어떤 노래의 한 구절을 부르고 있었다.

But I’m a creep, I’m a weirdo.
전 불쾌하게 생겨먹은 송충이같은 놈이에요, 맛간 놈이기도 하고요.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빌어먹을, 제가 지금 여기서 뭔 짓을 하는 거죠?
I don’t belong here.
전 당신이 있기에 마땅한 이런 밝고 화목한 곳에 속할 수 없는데…

나에게 Radiohead의 Creep을 부르게끔 만드는 여자이다.

다른 곳을 보다가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윽! 눈 부셔!”라며 두 팔을 다급히 들어 그 빛을 막으려고 방어 동작하다 너무도 밝은 그 예쁜 생김새 앞에선 다 부질 없음을 깨닫는다. 눈꺼풀을 뚫고 홍채를 지나 시신경을 찔러대는 강한 빛에 시력을 잃을 무서움이 들자 나 자신을 때려서라도 기절해서 빛을 피해야 겠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몸을 때리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말과 생각으로, 주로 어둡고 부정하는 것들로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계속해서 어둡고 냄새나고 더러운 존재로 만들다 보면 어느 새 그 밝은 빛에 대항할 어둠이 된다.

난 그런 자학엔 관심과 취미가 없는고로 저 빛의 세기를 줄여보기로 했다. 이를테면, 저 여자가 아침에 똥을 누고 똥구멍을 잘 닦았을까? 혹시 제대로 닦지 않아 찌꺼기가 엉덩이 살 사이에 몽글 몽글 피어나는 땀과 어울려 지금쯤 똥구멍이 간질 간질하진 않을까?, 식이다. 끝내주게 예쁘거나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Creep이 되어버리는 한심한 청년 덕에 그 여자는 졸지에 아침에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아 똥구멍이 간질 간질한 상황에 놓인 가엽지만 지저분한 여자가 되었다.

내가 졌다.
온갖 생각으로 Creep이 되지 않기 위해 싸워봤지만, 휴대 전화기로 배달된 단문(SMS)을 보고 헤식~ 미소 짓는 그 모습에 내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1차판(stage)를 힘겹게 넘을 둥 말 둥 하고 있는데 대뜸 2차판 두목이 나타나 한 방에 기절시키는 반칙스러운 미소이다. 그뿐이랴. 머리 속에서 그 여자에게 온갖 검정 포대기를 뒤집어 씌운 그 죄 조차 사해주시나니…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비록 예쁜 겉모습과 미소 한 방으로 성냥개비 머리처럼 둥글게 덥수룩한 내 머리카락과 멍청해 보이지만 실속 있는 주술사 같은 내 자세를 나 스스로 창피하게 만들긴 했지만, 하루를 설레게 하는 예쁜 여자였다. 알맹이를 우물 우물거리다 씨를 툭 내뱉듯 선릉 역에서 내리려는 사람에 떠밀려 열차에게 내뱉어진 나는, 안타깝게도 선릉 역에서 내릴 생각이 없는 그 여자를 흘깃 바라보고는 역을 나섰다. 그리고, 문구점과 토스트 가게를 지나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몇 분 사이 그 예쁜 여자의 생김새는 어느 새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예뻤다는 설렘만이 증거물로 남아 흐릿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