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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에 쓴 글들

닭가슴살로 육수 낸 고구마 양배추 죽

[ 2007-Nov-17, 17시 51분] [ Category : 먹다, 잘난 척 하기 ] [ 엮인글수 : 5 ]

들어가며

양배추와 고구마는 위와 장에 좋다고 한다. 여기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담백한 닭가슴을 더해봤다. 닭가슴살과 양배추, 고구마의 맛과 향이 어우러져 맛도 좋고, 소금으로 간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여서 소금 섭취를 줄일 수도 있다. 요리를 못하는 나(한날)도 만들 정도이니 괜찮은 한 끼 먹거리다.

만드는 방법

1. 육수 우려내기와 밥 준비

만드는 방법에 앞서 아래 조리는 리조트(resort)에 놀러가서 만들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죽을 끓이는 방법과 다소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난 쌀을 가져가지 않아서 햇반을 익혀 밥을 만든 뒤에 죽을 쑤었다. 쌀로 죽을 끓이지 않고 밥으로 죽을 끓인 것이다.

아무튼 우선 밥을 만든다. 햇반을 싸갔는데 콘도에 전자렌지가 없어서 큰 냄비에 물을 넣고 끓였다. 끓이는 김에 죽에 넣을 고구마를 빼고도 남은 고구마도 함께 삶았다.

햇반으로 만든 밥 사진
전자렌지로 익히는 것보다 더 찰진 느낌.

삶은 고구마 사진
햇반으로 밥 익히면서 함께 삶은 고구마.
늠름한 자태와는 달리 달콤하고 무른 고구마 아저씨. 삶은… 고구마?

이번엔 육수를 낼 차례. 물에 닭가슴살을 넣고 삶으면 된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 어떤 솜씨를 발휘할 수 있다는데 난 할 줄 모르는데다 어차피 끓이고 끓일 것이라서 신경 안썼다. 잡내 없애는 솜씨를 보유한 사람은 솜씨 발휘하시라.

삶은 닭가슴살 사진
삶은 닭가슴살이라… 삶이란…

삶고 난 닭가슴살은 건져내 찢어 놓는다. 육수는 굳이 다 쓸 필요는 없으니 잔여물을 건져내고 탁한 육수는 버리거나 걷어내자.

2. 양배추와 고구마 다듬기

닭가슴살과 밥이 익는 동안 죽 재료인 양배추와 고구마를 다듬는다.

양배추는 숨이 죽을만큼 물에 삶는다. 원래 푸릇 푸릇해서 감이 잘 안오는데, 삶으며 중간 중간 젓가락으로 잎을 찔렀을 때 잘 뚫리면 된 것이다. 그보다 덜 익혀도 된다. 어차피 죽 끓을 때 넣고 한 번 더 삶으니까.

삶은 뒤 잘게 다져놓은 양배추 사진
삶고 칼로 다져서 숨 죽이고 있는 양배추 모습.

삶은 양배추는 잘게 썬다. 다진 것보다는 좀 더 조각감이 있다. 삶은 양배추라 너무 잘게 썰면 짓물러져 다져진 수준이 되기 때문에 적당히 대강 대강 썰면 된다.

아참, 양배추 삶고 난 국물은 다 버리지 말고 조금 남겨두자. 죽 끓일 물에 넣기 위함이다. 양배추 우린 물이니까 넣으면 좋을 것 같아서 넣는 것.

이제 고구마를 다듬자.

껍질 벗기고 썰어놓은 고구마 사진
발그레하고 깨끗한 속살이 예쁜 고구마.

고구마 껍질을 벗겨낸 뒤 1~1.5cm 정도 폭으로 조각낸다. 너무 잘게 자르면 죽 끓일 때 해체되어 죽이 걸쭉해지고, 너무 크게 자르면 고구마 속이 안익으니 1~1.5cm가 적당하다. 썬 고구마는 찬물에 담가두자. 그냥 공기 중에 두니 색이 보기 싫게 변한다.

3. 죽 끓이기

이제 준비는 끝났다. 죽이는 죽을 끓이자.

앞서 준비한 닭가슴살 육수와 양배추 삶은 물을 합치고 거기에 밥과 고구마를 넣는다. 그리고 물을 붓는데, 밥 부피에서 5~6배 정도 부으면 된다. 근데 고구마가 물을 빨아들이고 고구마 익는 시간 동안 증발하는 물도 있는데다 나중에 넣을 닭가슴살도 물을 빨아들여서 난 7배 정도 부었다. 양배추는 아직 넣지 않는다.

육수에 밥과 고구마를 넣고 끓이는 사진

물을 많이 붓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 그래도 꽤 참방 참방거린다. 이제 끓이자. 중간 중간 고구마를 찔러보면 꽤 빨리 익음을 알 수 있는데, 고구마가 반정도 익을 때쯤 양배추를 넣는다. 재료가 밥 구석 구석 잘 섞이게 휘저어준다.

양배추를 넣고 끓이는 모습 사진

이렇게 계속 끓이면 고구마가 다 익는다. 익은 정도는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끝까지 뚫리면 다 익은 것이다. 이제 찢어놓은 닭가슴살을 넣자. 물론, 재료가 잘 섞이도록 휘~ 저어준다.

닭가슴살을 넣고 마저 끓이는 모습

닭가슴살을 넣고 오래 삶을 필요는 없다. 이미 닭가슴살도 익혀놓았으니까 열기에 닭가슴살이 부드러워질 정도만 더 삶자. 아마도 국물이 살짝 보일 정도일 것이다. 국물이 안보이면 아래쪽에 깔린 죽들은 아주 퍽퍽하니까 국물을 말릴 정도로 삶지 말자.

완성

짠. 다 됐다. 어지간히 독특한 솜씨를 발휘하지 않는 한 이렇게 생긴 죽이 만들어진다.

완성한 죽 모습 사진
별 거 없어 보인다.

양배추는 삶으면 달달하다. 고구마는 그 자체가 달다. 그래서 따로 소금이나 간장, 혹은 향신료 간을 하지 않아도 향이나 맛이 아주 심심하지 않다. 그리고 닭가슴살과 닭가슴살 육수 덕에 살짝 고소하다.

고구마와 양배추는 생각보다 씹히는 즐거움이 없다. 밥알과 함께 녹아서 사라진다. 꿀맛 같아서 녹는다.

…기 보다는 많이 삶아서 채소 조직 자체가 말 그대로 녹는다. 대신 퍽퍽한 닭가슴살이 국물을 머금어 쫄깃 쫄깃하다.


한 입 아아아아~

고구마는 위와 장에 좋고, 양배추는 변비에 좋다고 한다. 닭가슴살은 쫄깃 쫄깃한 몸 만드느라 운동할 때 챙겨 먹은 기억은 있는데 내장 어디에 좋은 지 모르겠다. 아무튼 셋을 이용해 만든 죽맛은 죽여준다.

몸이 나빠져 위와 장이 약해져서 잘 체하거나 잘 똥을 못누는 사람이 있다면 닭가슴살 고구마 양배추 죽을 끓여줘보자. 똥꼬도 금방 뚫리고 위와 장도 늠름해져서 명랑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담배 피우기 시작했다.

[ 2007-Nov-07, 21시 45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의 단상 ] [ 엮인글수 : 5 ]

내게 안좋은 버릇이 참 많지만 유독 안좋은 버릇을 하나 꼽자면 손가락 끝을 물어 뜯는 것이다. 그래서 손톱은 거의 언제나 단정하지만, 그 주변은 개발 지역처럼 늘 찢기고 상처가 나있다. 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손을 물어 뜯다보니 몸이 좀 피곤한 날은 여지없이 감기 기운에 시달린다. 며칠 전에도 손을 물어 뜯다가 건조한 날씨에 그만 목감기가 들었고 그저께까지 미미한 열에 시달렸다.

손끝 물어 뜯는 버릇을 고치려 노력을 안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의식하고 있을 때는 입으로 다가오는 손을 바지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지만, 집중하고 있을 때는 무의식 중에 손끝이 이에 잘근 잘근 씹히고 있다.

결국 참다 못해 다른 대책을 고민했고, 입에 뭔가를 물려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바로 실천에 옮겼다. 바로 금연 보조 용품인 가짜 담배를 물기로 한 것. 실제로 담배를 피운 적은 없지만, 뭐 상관 없지.

가짜담배 입에 문 사진
얼핏보면 막대 모양 사탕

물면 이렇게 생겼다. 공기를 빨아 들이면 아로마 향이 입 안에 들어온다. 밥 먹고 난 뒤 빨아 들이면 입 안이 상쾌해져 기분도 좋다. 입에 물기엔 담배보다 무겁긴 하지만 살짝 이 사이에 걸쳐 놓으면 부담 되진 않는다.

통 안에 넣는 알맹이 사진
똥꼬에 넣는 약처럼 생겼다고 실제로 똥꼬에 넣진 마세요.

반투명한 가짜 담배 통 안에는 똥꼬에 집어 넣는 약처럼 생긴 알맹이를 넣을 수 있다. 위, 아래 흰 부분은 아로마 향을 내주는 솜 같은 물질이고, 가운데 토끼똥처럼 생긴 알맹이들은 토르말린이라고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물질이라고 한다.

값은 3,000원이며 약국에서 판다. 오늘부터 이거 물기 시작했는데 하루 내내 손끝을 물지 않았다. ^^ 으쓱. 씻는 건 좀 귀찮을 것 같긴 한데 가그린 같은 걸로 슥슥 살균하고 물로 헹구어 낼 생각이다.

예전에 담배 쓰임새로 입에 물고 있던 것이 츄파춥스였다. 워낙 좋아하는 막대 사탕이기도 하고 지금도 무설탕 츄파춥스는 좋아한다. 그 당시엔 하루에 5개 정도씩 먹었는데 어느 날 치과에 가보니 충치가 17개더라. 적절한 대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가짜 담배는 그럴 염려는 없다. 비록 처음엔 상쾌한 향이 목젖을 적시는 것이 영 어색한데(목이 참 건조해지는 느낌), 익숙해지니 괜찮더라. 별 네 개짜리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