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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에 쓴 글들

문국현 후보 진영에 안타까운 점.

[ 2007-Dec-10, 00시 23분] [ Category : 생각 잡기 ] [ 엮인글수 : 0 ]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기는 눈물 어린 대 서사시였다. 그런 기적을 이번 대선에선 문국현 후보가 일으켜 주길 바라지만, 지난 대선과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김대업 사건도 있었고 차떼기도 터지면서 후반엔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에서 근소하게나마 앞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국현 후보는 2위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문국현 후보 진영에서 하는 일 중 못마땅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도덕 보다는 경제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고, 사람을 죽였어도 쌀밥 먹게 해줬으면 땡이라는 무시 무시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굳이 누구를 지목하지 않더라도, 부도덕한 이명박 후보가 40% 라는 무지막지한 지지를 받는 걸 보면 우리 사회 인식을 뻔히 알 수 있다. 이건 다 노무현 때문이다. 저런 것 좀 어느 정도 해소하라고 뽑아놨더니 오히려 더 심하게 만들어놨다.

그런데 한동안 문국현 후보쪽에서 세상에 외치는 것은 “청렴”, “도덕” 같은 면모들이었다. 각종 정책들을 제시했지만 세상에 퍼지는 이야기들은 이명박의 더러운 면에 대한 반사 이익을 노리는 듯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청렴성이나 도덕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 어떤 것에 우선 할 수 있다. 아니, 말을 명확히 하자면 능력에 앞서 됨됨이가 됐는 지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칼질 잘 한다고 조폭에게 살림을 맡길 수 없지 않은가?

문국현 후보의 그런 됨됨이가 여러 사람들의 눈을 끌고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전반 인식은 그런 됨됨이보다는 노무현 때문에 망가진(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기회 문이 더 닫힌) 경제를 되살려(?) 내가 좀 더 살만하게 해줄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꼼꼼히 따지고 보면 이명박 후보의 공약들이나 정책들은 위험한 부분들이 많긴 하지만, 대충 슥- 보면 참 그럴싸 한 것이 많다. 게다가 대규모 정부 공사를 통해 보리밥에서 쌀밥 먹게 해준 박정희 신화를 종교처럼 믿는 사람들한테 이명박 후보의 주장들은 그럴싸한 수준을 넘어서 이미 경제 부흥을 일으키고 있는 듯한 만족을 준다.

즉, 많은 사람들은 애초에 이명박 후보의 더럽고 추악한 면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문국현 후보를 비롯해서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그 점을 붙들고 늘어졌다. 그런 건 정동영 후보나 이회창 후보가 하게 냅두고, 문국현 후보는 좀 더 자신의 정책을 더 알리고 이해시키는 데 노력을 해야 했다.

문국현 후보의 공약들이나 정책들에 깨끗하다거나 청렴하다는 표현이 잘 나온다. 많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이자니 그렇게 된 것일텐데, 도덕불감증이라고 누워서 침뱉기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평할 정도로 도덕보다는 경제(돈)에 관심이 치우쳐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들이 과연 얼마나 와닿고 이해가 될까? 깨끗하지 못하기에 삼성에서 수 조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걸로 대한민국을 장악했으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는지 설명하면 금방 와닿을 것이다. 그걸 막고 그런 수 조원대 비자금이 생기지 않도록 깨끗한 세상을 만들면 흐르지 않을 운하 만드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을 낼 수 있다는 말을 전달하기엔 지금 문국현 후보 진영의 말들은 참 공허하게 흩어지고 있다.

각종 정책 평가에서 문국현 후보가 연이어 1위라고 한다. 그럴만하고 좋은 정책들이다. 그런데 그런 정책들을 살리는 깔끔한 문장 하나가 없고, 전달력도 떨어진다. 불도저라는 별명인지 악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름으로 불리는 이명박이 내세우고 있는 문구를 보라.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이라고 한다. 햐, 그럴 듯 하다.

깨끗하고 사람 중심이라는 생각이 중요하지 않거나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당연히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중요한 점을 정책과 공약과 어울려서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퍼뜨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사실상 실패한 CEO이고 시장이었는데도 성공한 CEO이자 실천력 있는 시장으로 인식될 때, 정말로 성공한 CEO이자 깨끗한 사람인 걸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사람 좋고 깨끗해서 순진/순수한 사람. 그래서 어쩐지 못미더운 사람으로 그치고 있는 현 상황이 가슴 아프다.

재수 없던 퇴근길

[ 2007-Dec-07, 00시 02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의 단상 ] [ 엮인글수 : 4 ]

출출하긴 한데 배가 고프질 않아서 저녁은 굶은 채 밤 10시 다 돼서 회사를 나섰다. 곳곳에서 눈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 머리 위에선 차마 눈이 되지 못해 흐느껴 우는 방울 방울이 흩날려 내 잠바를 적시고 있었다.

기분 참 싱숭 생숭하네.

마음 같아서는 노래를 듣고 싶었지만 되도록이면 노래보다는 다른나랏말 회화를 듣자는 다짐을 지키려 묵묵히 회화 mp3를 고르고 재생시켰다. 저쪽 어딘가에서 한 남자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지만, 워낙 술 취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골목인지라 가던 걸음을 이어 나갔다.

“야!!! 거기 서봐! 서보라니까!”

뒤를 흘깃보니 한 남자가 비틀거리고 있었고 그 양 옆으로 남자 둘이 말 없이 그 사람을 부축하고 있었다. 실랑이가 있었나보다. 얽히기 싫어 난 발을 빨리 놀렸다. 귀 안에선 조금이라도 더 자고픈 남자 직장인과 얼른 안일어나면 지각한다는 그의 아내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귀 밖에선 남자 셋이 맞붙어 있었다.

조금 당황했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내 어깨를 잡고 날 휙 뒤돌려 세웠다. 처음엔 회사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야, 서보라니까”라는 익숙치 않은 말투와 술 냄새에서 귀찮은 상황에 얽혔다는 생각이 얼른 들었다. 난 그 사람 팔을 뿌리치고 잰 걸음으로 걸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뒤에서 내 뒤통수 머리카락을 잡고 나를 세우며 시비를 걸었다. 그렇게 뿌리쳐지고 걸어가는 내 머리카락을 다시 잡히는 상황을 되풀이하더니 나중엔 주먹으로 날 치려 했다.

그때 난 이미 화가 나있었다. 잘했다고 누가 내 머리 쓰다듬는 것도 싫어하는데 하물며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내 머리를 휘두르니 짜증이 일었다. 그래도 술 취한 사람과 잘못 얽히기 싫어서 뿌리치고 도망가려 했고, 이 사람은 계속해서 내게 시비를 걸었다. 결국 참다 못해서 날 밀며 들이대는 사람을 받아들이듯 당기다 한 바퀴 휘돌려 바닥에 내던졌다. 내 힘은 싣지도 않고 순전히 그 사람 힘을 이용했을 뿐인데도 자신의 발에 걸려 철퍼덕 엎어지는 걸 보니 심하게 취한 사람이었다. 난 더 얽히기 싫어 후다닥 뛰어 도망쳤다. 뒤에선 고래 고래 소리치며 날 불렀지만 이미 다리가 풀린 상황에서 날 쫓아올 리 만무했다.

머리카락이 밝은 노란색이다보니 눈에 잘 띄어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서 지하철에 들어갔다. 몸을 추스려보니 오른손등이 긁혀 자국이 나있었고, 체스터님에게 중고로 샀던 ipod nano 4gb는 잠바 주머니에 없었다. 뒷머리카락을 잡힌 채 휘둘려서 뒤통수 머리바닥이 얼얼하고 목도 뻐근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는데 오늘따라 지하철엔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힘겹게 6정거장을 거쳐 내린 뒤 버스를 타려는데 한 개념 없는 여자가 3단 접이 우산을 다리쪽으로 향하지 않고 가슴 높이까지 든 채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려고 비비는 통에 내 왼팔이 다 젖었다. 젖은 우산에 다리가 젖은 적은 몇 번 있지만, 젖은 우산을 높이 들어서 팔이 젖기는 처음이었다.

버스 역시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내 뒤에 서있는 여자는 작정하고 내게 기대고 있었다. 하도 내게 기댄 채 버티고 있어서 나중엔 등이 다 아팠다. 화가 더 나면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버럭 낼 것 같아 그러려니 하며 힘겹게 목적지까지 왔다.

이래 저래 스트레스를 받아 단 먹거리를 사오려 했는데 그 마저도 깜박했다. 하루 내내 딱히 일이 꼬이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만 퇴근길이 문제였다. 오늘 밤은 대체 왜 이렇게 재수가 없던걸까.

화가 몹시 많이 났지만, 화가 난 날 걱정하며 다독여주고 걱정해주는 내 고마운 임을 보며, 그리고 이렇게 글에 투덜대고 한탄하며 마음을 거진 잡았다.

참으로 재수 없던 퇴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