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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4월에 쓴 글들

보랏빛 소가 온다.

[ 2008-Apr-24, 12시 09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의 단상, 생각 잡기 ] [ 엮인글수 : 0 ]

들어가며

부제목 : 미국산 소고기 전명 개방과 광우병 논쟁에 부쳐

  1. 보랏빛은 다양한 느낌을 준다. 그 느낌 중 하나가 썩거나 상한 것이다. 보통 만화에서 그렇게 표현을 한다.
  2. 이 글은 세스고딘이 쓴 “보랏빛 소가 온다” 책과 직접 관련이 없다. (정말?)

곱등이 외교

혐오 벌레 중 하나인 돈벌레(그리마)를 언급할 때 그 친구처럼 함께 언급되는 벌레로느 바퀴벌레와 곱등이가 있다. 톡톡 튀는 행동과 웬지 굽신거리는 듯한 겉모습을 가진 곱등이. 최근 곱등이를 연상케 하는 행정을 연달아 보여주는 분 때문에 나날이 시끄럽다. 그 소식들을 모두 다루기엔 너무 많고, 이번 글에선 며칠 전에 부동산 문제로 고비에 처한 나라(薇國:미국)으로부터 보랏빛 소를 사실상 별 제한없이 사들이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보랏빛 소. 정말 눈이 휘둥그레 질 만큼 눈에 확 들어오는 소다. 세스고딘은 보랏빛 소가 가진 화제성을 충분히 알고 있던 게 분명하다. 그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크게 입에서 입으로 보랏빛 소 소문과 정보가 퍼지고 있고, 좋아 죽겠다는 것인지 싫어 죽겠다는 것인지 아무튼 죽겠다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아마 진짜 죽을 사람도 몇 년에서 몇 십 년 뒤엔 생길 것이다.

보랏빛 소

그래도 역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지 않은 우리나라 대통령께서 스테이크 먹으러 미국에 다녀오셨는데 곱등이 외교라고 칭하는 건 좀 심한 감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른다. 내 안중에 없는 바이니 신경 쓰지 않고 말을 계속하련다. 어째서 이번 결정이 곱등이 외교인지 알려면 보랏빛 소에 대해 좀 알아야 하는데 나보다 이 부분에 훨씬 잘 아는 분들께서 이미 위험성에 대해 잘 얘기하셨다. 몇 개 꼽자면 고수민님께서 쓰신 내가 인간 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이유라는 글이라든가 yy님께서 쓰신 미국 쇠고기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글이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광우병은 무척 위험한 병이며, 광우병에 걸린 소, 이 글에서 칭하는 보랏빛 소는 정말 맛이 가다 못해 먹는 우리도 맛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yy님의 글은 이 문장과 방향이 다르다)

교통사고에 죽을 확률과 보랏빛 소에 치여 죽을 확률

위에 언급한 글 중 “미국 소고기 얼마나 위험한가” 글을 쓰신 yy님을 비롯하여 몇 몇 분들께선 “확률”을 들어 언론이나 일부 세력에서 제기하는 “무지막지한 위험성”에 대한 이견(혹은 반박)은 맞는 말이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 1등 당첨에 필적해서 난 아직 로또 1등과 광우병에 당첨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잘한 교통 사고는 2번 겪었고, 오른쪽 손목도 두 번 부러졌으며 허리 디스크라는 오진도 한 번 받아봤다. 여자한테도 2번 차여봤다.

이쯤되면 보랏빛 소에 치여 죽을 확률은 생각보다 낮다는 걸 (통계학자께 미안한 표현이지만) 숫자 놀이만 해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안전할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랏빛 소 가리기

대통령께서 그랬단다.

좋은 고기 싸게 먹는 길. 맘 안들면 적게 사면 돼

분통 터지는 말로 들리겠지만 말이야 맞는 말이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면 그 소를 안먹어서 걸릴 확률을 더 낮추면 그만이다. 교통사고가 많은 도로나 지역을 피해 안전한 길로 우회하면 되고, 넘어져 손목이 부러질 수 있으니 평소 운동을 더 열심히 하여 뼈를 튼튼히 하거나 몸무게를 줄여 손목에 가는 충격을 줄이거나, 아니면 아예 낙법을 배워 넘어져도 안전하게 착지하면 된다.

근데 저 말은 맞는 말 같지만 실은 분통 터지고 틀린 말이 맞다. 위험 요소가 있으면 피해서 피해를 입지 않으면 되지만, 현재 우리나라 미국산 쇠고기 개방 상황을 보면 위험 요소를 피할 제도나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분명 고향에선 보랏빛 소였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니까 똥색 칠을 해서 보통 소처럼 보일 수 있고, 우린 그걸 구분할 방법이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이 문제이다. 그 방법은 바로 믿음이다. 신을 향한 믿음이건, 공익 보다는 사익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 올바르고 착하게 보랏빛 소 가능성이 있는 소라는 걸 표시하길 바라는 믿음이건.

보랏빛 소가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 혹은 사람이 걸릴 확률이 높다 낮다 를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괴로울 필요가 있을까?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험하다고 하니 찝찝한데, 지금 우리는 그 (많건 적건) 위험성 있는 식품을 골라낼 권리나 제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를테면 소 원산지 표시는 현재 매우 허술하다. 가공식품인 경우 주재료 3개 이외에는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라면 스프 등에는 원산지를 표시 하지 않아도 된다. 설령 표시를 의무화 한다고 해도 공익 보다는 사익을 지향하는 기업측에서 원산지를 속이면 어찌 구분할까? 이미 그런 일을 우리는 수 차례 겪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문제가 되는 소 자체를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이미 수 천명이 나왔다. 소를 재료로 하는 각종 먹거리를 우리는 거의 매일 먹는다. 확률은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재수 없이 일가족이 긴 잠복기를 거치지 않고 광우병에 죽을 수도 있다(물론 정말 무척 많이 대단히 많이 아주 끝내주게 재수가 없어야 가능할 것 같다만). 그나마 광우병이 우리들의 자식들에게 유전되지 않는다고 안심해야 할까?

보랏빛 소 따돌리기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미국산 소 값을 안전한 한우 값 보다 높게 강제하거나 적어도 비슷하게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안사먹지 않을까?

불행하게도 가능하지 않으며,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저 말은 뻘소리이며 틀린 말이다. FTA 등이 체결되면 정부는 협정을 위배할 수 없으며, 위배할 경우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고소를 할 수 있다 (이건 FTA에 꼭 들어맞는 말은 아니지만, 한미 FTA임을 감안하고 현 쇠고기 개방도 미국 축산 업계 압박에 따르 것임을 감안해서 문장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즉 우리 정부, 아니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이 보랏빛 소를 따돌릴 수 있는 쓸모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없다.

우리가 비판하고 반대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우선 정부에서 1차 검역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장치 마련(위험한 부위는 수입하지 않는다든가), 우리나라 소 사육자들을 보호할 쓸모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마련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 미국산 쇠고기를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협정을 진행했어야 했다. 사실상 우리 축산 업계를 보호할 장치나 제도의 효용성에 의문이나 이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 이들을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보랏빛 소를 가려내거나 따돌릴 방법 자체가 없어지고 만다.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

이만 저만 고민이 많다. 갈수록 이곳에 발 붙이고 자식 낳고 살 자신이 없어진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 논의야 이미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오갔던 것이고 이명박 정부가 친미, 친일, 친(대기업)기업 성향을 보여주었던 터라 개방은 곧 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날치기 협정을 하듯이 진행할 줄이야…

이런 사안들은 한 번에 하나씩 터져서 국민들이 하나씩 각개격파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 번에 대형 사고 여러 개를 치려하니(대운하, 사교육 시장 개방, 의료보험민영화 등)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정말 충격과 공포다. 광우병 원인 물질인 변형 프라이온(프리온)과 가까운 아메바, 그리고 아메바(ㅇㅁㅂ) 정부라고도 불리우는 이명박(ㅇㅁㅂ) 정부는 정말 충격과 공포다. 그리고

보랏빛 소가 온다.

마치며

미국산 소가 얼마만큼 위험한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현재 밝혀진 사실은 광우병은 발병률이나 파급력은 크지 않지만 질병 자체는 위험하다는 것이며,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실은 미국산 소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얼만큼 되는 지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고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사안이니만큼 검역 체계를 일본처럼 제대로 갖추고 우리가 검역할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불안전하니 불안전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자는 것이 아니라 불안전하니 불안전 요소를 가릴 체계를 최대한 갖추자는 것이다.

덧쓰기 : 마지막 단락인 “마치며” 단락은 4월 26일에 덧씀.

서울숲 나들이

[ 2008-Apr-21, 22시 23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의 단상, 사진에 담는 시간 ] [ 엮인글수 : 2 ]

지난 일요일에 서울숲로 여자 친구와 나들이를 갔다. 만날 방구석에서 놀거나 기껏해야 고기 사먹으러 나가는 것이었는데, 날도 따뜻하고 봄 벗꽃을 못본 터라 큰 마음 먹고(?) 나들이를 나선 것이다.

처음엔 여의도 하늘 공원에 가려 했는데 공원에 올라가는 긴 계단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는 사진을 어떤 블로그에서 보고 마음을 접었다. 중고교 시절 내내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만 다닌 탓에 막상 나들이 할 곳으로 여의도 하늘 공원을 제하자 딱히 갈 만한 공원이 내 머리 속엔 없었다. 올림픽 공원을 갈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여자 친구가 가보지 않은 곳에 데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나들이 추천 공원”으로 검색을 했는데 검색 결과 품질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차피 검색 결과를 편집하면서 나들이 다니기 좋은 때에 나들이 갈 만한 곳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신경 좀 쓰지.

가는 길은 쉬웠다. 2호선 한양대에서 내려서 녹색 버스를 타면 5분 안에 도착한다. 정류장 수로는 두~세 정거장이다. 두 번째 정거장에서 내려도 되고 세 번째 정거장에서 내려도 되는데, 세 번째 정거장에서 내리는 게 낫다.

처음엔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 그리고 마실거리를 사들고 가서 먹으려 했다. 근데 서울숲 근처엔 분식집이 없었다. 그 흔한 김밥** 이름을 가진 분식집도 없었다. 성동구에서 운영하는 어떤 건물에 달린 매점 바깥창에 김밥이라는 낱말이 써붙어 있길래 사려 했지만 700원짜리 삼각 김밥만 판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서 냉면을 사먹고 갔다.


딱히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이 사진을 보면 괜히 위 아래를 뒤집어 보고 싶다.

들어가자 마자 눈에 들어온 풍경이 있었다. 땅바닥에서 위로 솟는 분수였고, 치솟는 가느다란 물기둥 사이를 뛰어 다니거나 물과 맞서는 아이들, 흔한 표현으로 초딩들이었다. 올림픽 공원에 있는 평화의 문 부근에도 저런 광경을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데, 아마 저 광경은 세계 공통이 아닐까 싶다. 나들이를 빌미로 엄마의 만류에도 마음껏 옷이 젖도록 뛰노는 아이들과 어린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함께 분수로 뛰어드는 중장년에 덩치 큰 큰 아들들이 어우러져 땅바닥 분수대를 기획했을 기획자를 기쁘게 하는 광경이 계속 되었다.

강물 연출 사진
강물 연출 사진

난 큰 공원보다는 근린 공원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버스 정류장이나 우체국처럼 일상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 잡고 사람들에게 일상 속 쉼을 제공하기 때문에 뜨거운 햇살을 피하거나 앉아서 쉴 곳이 곳곳에 잘 마련 되어 있다. 다른 동네는 모르겠지만, 내가 15년 넘게 지낸 송파구엔 크고 작은 근린 공원이나 그 비슷한 곳들이 여럿 있는데(백제 고분 등) 느릿하고 길게 시간을 잡아끌며 쉬기에 참 좋다.

서울숲은 성동구나 광진구에 있는 공원 중 아마 가장 클 것이다. 사람 꽤 많이 사는 두 지역이라 그런가 공원엔 사람이 많았고 30도에 이르는 초여름 더위를 피해 쉴 만한 곳엔 이미 사람들이 토박이들처럼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돗자리를 챙기지 않은 실수가 아니더라도 햇살을 피할 곳이 마땅찮았다.

그래서 우린 거의 쉬지 않고 이곳 저곳 거닐었다. 자기 소유로 디지털 사진기를 가진 적이 없는(아마도) 여자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사진기 사줬는데, 아직 사진기 조작이 익숙치 않아 사진 찍는 연습을 할 겸 사진 구도 좀 나오는 곳을 찾듯 이리 저리 거닐었다.


개똥아… 사진기 거꾸로 잡았다. 사진기 잡는 법부터 배우자.
(실은 사진기 앞 은빛 쇠붙이를 거울 삼아 눈 비추어 보는 중)

사람도 많아 사진 구도 잡기도 안좋고, 하늘엔 구름이 껴 햇빛 놀이하기도 좋은 날은 아니었다. 또 똑딱이 사진기 한계인지 아니면 캐논 익서스 제품 한계인지 ISO를 올리면 여지없이 사진에 잡티가 심하게 들어갔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많이 건지진 못했다. 그럴 땐 시점을 바꾸어 원하는 장면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테면,

서울숲엔 이런 오솔길이 없다. 접사와 땅에 사진기를 대고 찍어서 연출한 장면이다. 커다란 D-SLR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위압감 들게 사진기를 머리 높이까지 들어 찍을 대상을 바로 바라보거나 내려다 보며 찍기 일쑤지만, 작고 가벼운 똑딱이로는 이렇게 사진기를 땅바닥에 바싹 대거나 벽에 껌처럼 붙어 사진을 찍어도 불편함이 없다. 아, 물론 여자 치마 속을 찍으려는 의도는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다.

어쨌든 난 다른 사람 눈길 별로 의식 안하는 뻔뻔함을 가진 탓에 “거기에 그런 곳이 있었나?” 싶은 풍경 사진을 찍어와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곤 한다. 게 중에는 잘 찍었다는 칭찬을 받는 사진도 제법 있다. 풍경이나 물체 사진을 찍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덴 역시 칭찬이 주효하다.

그런데 인물 사진을 찍는 솜씨는 안쓰러움이 절로 들 정도이다. 신은 내게 풍경이나 물체 찍는 솜씨를 준 대신 사람 찍는 솜씨를 가져갔나 보다. 사진으로 한 인물 한다는 사람들도 내 솜씨 앞에서는 여지 없이 망가지기 일쑤이다. 내 머리 속에, 눈 앞에 그려진 장면과 모습에 사진을 찍으면 신기할 정도로 웃기거나 민망한 모습이 사진기에 담겨 있다.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여서


앗싸, 호랑나비~!

춤을 추게 만들기도 한다. 맹세코 난 저런 모습을 찍고 싶어서 찍은 것이 아니다. 혹시 사람은 움직여서 잘 못찍나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표정과 자세를 잡아주는 사람도 나에겐 희생 당할 뿐이다.

차라리 얼굴이 나오지 않게 아예 머리 꼭대기나

옆모습을 찍는 것이 낫다. 그래서 나한텐 사람 사진이 별로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얼굴 나온 사진은 별로 없다.

세 시간 정도 거닐다 보니 우린 지쳤다. 앉아 쉴 곳이 마땅찮기도 했지만 신발과 바지가 뿌옇게 될 정도로 흙먼지가 날려 더 지쳤다. 역시 큰 공원은 거닐기 보다는 나무 그늘 아래 일찌감치 자리 잡고 앉아 쉬는 게 상책이다. 그나마 난 운동화를 신었지만 여자 친구는 발바닥 충격 흡수를 거의 해주지 못하는 구두를 신어서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모처럼 만나 팔짱 끼고 나들이 하는 사실에 힘든 내색 없이 즐거이 나들이를 즐겨 주었다.

요즘 난 아주 가난하다. 일이 며칠 분량 밀려서 야근을 해야 하는데 야근할 때 밥 사먹을 돈이 없어 야근을 하지 않고 칼퇴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돈 많이 안들면서 우리가 함께 하지 않은 추억을 만들려다 보니 다소 몸이 고되게 나들이를 즐긴 점도 없잖아 있다.

밤 아홉 시 차를 타고 다시 강릉으로 향하는 여자 친구는 내가 가난하고 여자 배려심이 부족한 탓에 꽤 피곤해 보였다. 미안했다. 얼른 내 주머니 경제가 지금보다 더 정상화 되었으면 좋겠다. 여자 친구 뿐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는 나이고 싶다.

그런 바람을 생각하며, 그리고 그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시원한 사진에 담아 나들이 추억을 작은 서랍에 담아 머리 속 서랍장에 넣어 본다.

덧쓰기 : 이 글의 낱장주소를 보면 맨 끝에 forest 오타로 fores 라고 친 것 같지만, 이는 사실 워드프레스가 길이를 자른 것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