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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에 쓴 글들

공부를 하는 것이 두려울 때

[ 2008-Oct-30, 05시 08분] [ Category : Ego & Persona ] [ 엮인글수 : 0 ]
  1. 공부를 해서 뭔가를 알아가고 이해한다.
  2. 이미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다른 앎과 이해가 새로운 앎과 이해와 어우러진다.
  3. 각 각은 더 알찬 알맹이가 된다. 이를 “이 상태”라고 했을 때,
  4. 어느 순간 “이 상태” 너머를 보고 싶다.

바로 이때.
그 너머를 보고 싶은 바로 이때.
그러니까, 하나를 알게 되면 수 천, 수 만, 수 억, 아니 그 이상. 그 수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는 바로 이때.

나는 두려움을 느끼며 깊은 좌절을 맛본다.

앎을 위해 공부를 한다. 그때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진실을 피하려는 듯이 계속 공부를 한다.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공부라는 발버둥을 치면 칠 수록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절망에 더욱 더 빠져든다.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절박하고 두려운 고통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최후의 최후까지 품어야 할 나의 힘, 호기심. 내가 살아가는 근거이자 이유이다.

에스프레소 기기 장만했다.

[ 2008-Oct-28, 02시 06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에 써봄직한 가벼움 ] [ 엮인글수 : 11 ]

얼마 전에 에스프레소 기기를 하나 샀다. 이전에 쓰던 기기가 만족스러워 하지 않던 차에 유에님 미투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심하게 갈등하다가 마음 크게 먹고 샀다.

다소 투박하게 생겼지만 난 생김새를 별로 안따지니 상관없다. 이전에 쓰던 기기는 9기압이라서 에스프레소 흉내만 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 기기는 15기압이라서 한결 그럴듯한 맛과 향을 낸다. 아쉬운 점은 너무 일하는 티를 많이 내는 기기라는 점이다. 차력사 같다. 간단히 말해서 시끄럽다. 밤에 커피 마실 일은 별로 없지만, 이른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실 일은 있을텐데 옆집 사람이 늦잠이라도 자고 싶어 한다면 참으로 미안한 일이 될 것이다.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와 블루마운틴을 각 200g씩 샀다. 아름다운 재단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커피의 커피를 사려 했는데, 좀 더 비싸서 다른 곳에서 샀다. 다음엔 꼭 아름다운 커피에서 사야지. ㅜ.ㅜ

커피는 콩을 볶아서 빻은 때부터 향은 날아가기 시작하는데, 커피 400g은 나 혼자 마시기엔 다소 양이 많다. 하지만 배송료가 아까워서 충동구매를 했다. 좀 후회하고 있다. 200g 한 봉지만 살 걸… 커피향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마셔야겠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한 잔 내린 사진

사진은 자판기 커피처럼 나왔는데 맛과 향은 제법 에스프레소와 비슷하다. 물을 너무 넣어서 좀 떫은 맛이 나긴 했지만 나중엔 물양을 잘 맞춰서 더 나은 맛을 냈다.

주변에 맛보이고 싶지만 커피가 비싼 탓에, 자랑하고 싶어서 간질 간질한 허벅지 꼬집으며 참고 있다. 혹시나 초대하지 않은 사람이 커피 마시러 올 것을 대비해서 낱봉 커피를 사다 놓고 에스프레소 기기로 뜨거운 물을 내려서 줘야겠다. 쪼잔한가? 아침잠 줄여가며 성실히 우리나라 경제와 내 주머니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에게 따지길 바란다.

어쨌든, 커피 내리고 씻는 귀찮은 일을 기꺼이 하며 틈틈히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만날 에스프레소만 마시면 질리니까 한 번은 뜨거운 물 더 부어서 아메리카노, 한 번은 붓지 않고 에스프레소로 마신다. 뜨거운 물만으로 두 가지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으니, 난 참으로 똘똘하다. 암소학~(I’m so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