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2011년 07월 18일, 05시 32분] [ 글 갈래 : Ego & Persona ]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시간과 상황에 좀더 녹아드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흐르는 시간이 고맙고 함께 흘러가는 사람들이 고맙고 함께 시간을 겪으며 같지만 다른 기억을 갖는 게 고맙다.

10대 땐 숙제 때문에 쓰곤 했지만 결국 귀찮아서 안 썼고,

20대 땐 성공하는 사람이 쓴다길래 쓰려 했지만 결국 귀찮아서 안 썼던 일기를,

30대 나이에 익숙해지는 요즘 들어서 고마움을 쏟아 뱉어낸 마음이 증발되지 않게 담아두려고 쓰고 싶어졌다.

일기를 쓰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일기를 쓰고 싶다는 욕구인데, 이상하게 그 욕구는 마음을 아리게 하고 서리게 한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발맘발맘 흔들려 쓰려는 일기가 아니라 나를 복사하고 싶은 마음이라 아리잠직하다. 민망한 표현이긴 하지만.

그리고,

일기를 쓰려는데 이렇게 복잡한 마음이 들 지는 상상도 못 했다.

나도 내가 이 모양, 그러니까 일기 쓰겠다면서 천 갈래 마음에 뒤흔들리는 그런 꼴로 멍청하게 컴퓨터 앞에 앉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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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과 엮인글이 있습니다.

  1. BKLove:

    일기라 생각하면 몰래 훔쳐보는게 재미인지라… 댓글을 안남기는게 맞는데…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석..

    누군가 봐주는 사람 있는 것도 일기를 뱉어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흔적 남기고 갑니다.

    너무 오래 못봤네요. 안녕하죠?


    comment at 2011/07/18
  2. Hannal:

    일기는 (종이)일기장에, 낙서는 낙서 블로그에. ^^

    지난 번 tnm 집들이나 범태터 모임 때 못 뵈어 BK님을 못 본 지 가장 오래 된 것 같아요. 적당한 때가 맞아 만나면, 그분 자랑 좀 해주세요. :)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별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 사는 게 재밌고 하루하루 즐거워요.


    comment at 201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