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잡기' 갈래에 속하는 글들

촛불문화제(집회) 다녀 온 후기 (2008/06/01).

[ 2008-Jun-01, 23시 15분] [ Category : 생각 잡기 ] [ 엮인글수 : 12 ]

그간 되도록 촛불문화제 및 시위에 대한 의견을 아꼈다. 내가 직접 겪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모두 믿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참말과 거짓말이 서로 뒤엉켜 각각을 구분할 기반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 짧지만 촛불문화제(난 해지기 전에 나왔으니 촛불문화제 참여는 아니겠군) 다녀 오고 한 생각을 간단히 적어 본다.

  • 집회/시위 참가자들은 생각 보다 통제가 잘 안되었고 다소 우왕좌왕 하는 인상이 강했다. 지휘자가 딱히 없거나 단체가 작거나, 혹은 단체 응집력이 약해서 박자가 서로 안맞는 느낌. 좋게(?) 말하면 배후 세력이 없다는 말이 되겠고, 나쁘게 말하면 위험에 노출되기 쉽겠다.
  • 위 말과 같은 내용이긴 한데, 시민들 대열이 엉망이었으므로 굳이 경찰들이 방패를 휘두르거나 살수차로 물대포를 쏠 필요는 없었다. 오와 열을 맞춰 방패를 앞세워 전진만 하면 시민 대열은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쪽수가 부족해서? 글쎄. 시민들은 너무도 허무하게 이리 갈리고 저리 갈려서 주요 지역은 경찰 병력이 시민 보다 많았다.
  • 평화 시위였다(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 평화와 불법을 구분 못하는 바보는 없으리라 본다). 물론 선동하거나 과격/급진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는데, 1~2만명 중 10명 미만이라 본다. 그나마 그 사람들은 금방 사람들에게 제지를(?) 받거나 행렬 밖으로 밀려났다.
  • 예상 보다 프락치가 많은 듯 하다. 행진 할 때 프락치에게 휩쓸리지 않게 서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 집회에 있는 동안 경찰이 먼저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봤다. 당사자(?)들이야 싸우려 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얼른 둘을 떼고 상황을 종결시켰다. (먼저 폭력을 휘둘렀거나 인도에 있는데도 공격한 증거 사진이나 동영상은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이미 인터넷에 충분히 돌아 다니고 있다. 기자도 맞았다는데 말 다했지, 뭐)
  • 주말 동안 생생히 공개 됐다시피 살수차는 동원 됐다. 오늘은 대낮부터 동원됐는데 난 두 대를 봤다. (이외 닭장차가 아닌 다른 시위대를 상대하는 차 두 어 대도 동원됐다)
  • 전/의경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부채질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욕설이나 조롱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 오늘도 역시 예비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상징성이나 전시 효과는 분명 있지만, 난 좀 불편했다(난 나이 들어서 아직도 3년차 예비군인 아저씨).
  • 여러 대학교에서 학생 몇 십 명씩 모아서 이번 집회에 참여했다. 다들 흰색 윗도리로 맞춰 입었다. 보기엔 좋았는데 구호 연습 좀 하고 왔으면 좋겠다. 자꾸 사람들 구호와 엇박자로 나가거나 다른 구호를 외쳐서 구호가 망가지기 일쑤였다. 어쨌든 늦게라도 “대학생” 이름으로 참가하는 걸 보니 보기 좋더라. (소위 SKY라 부르는 대학 학생회는 못봤다그들도 왔는데 내가 못봤나 보다.)
  • 전/의경들 눈 보니 피곤함과 스트레스로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 보였다. 몇 명은 약 처먹였는지 애가 아주 살기가 등등하더라. 기회만 닿으면 스트레스 풀려는 느낌이 가득하니 다들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말고 몸들 사리시라.
  • 그 수가 많진 않지만, 행진이 이뤄진 길 위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모두 커다란 검정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다.
  • 집회에 참가하지 않고선 줏어들은 글 몇 개로 불법 집회이니 시위대가 먼저 폭력을 휘둘러서 경찰들이 대응한 것이라는 댓글은 달지 말라. 일부 전/의경 출신들이 과거 경험을 살려 시위대가 먼저 폭력을 휘둘러서 그렇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의도야 어쨌든 실 상황을 겪고 보니 그런 말들은 다분히 물타기 밖에 안되더라. 사람들이 시위하느라 경찰 말에 즉각 따르진 않아도 어쨌든 경찰들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편이며, “비폭력”이라고 외칠 지 언정 먼저 폭력 휘두르는 모습은 한 번도 못봤다. 사실 난 전/의경 몇 명의 눈에 낀 살기 보고 무서워서 조롱도 못하겠더라.
  • 난 밤/새벽 시위에 참가한 것은 아니며, 위 내용은 낮/초저녁 상황을 적은 것이다. 위 내용 중 거짓이 있다면 허위 사실 유포로 구속 되어도 좋다.


덧쓰기 (2008-6-2) :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집회나 시위 자체에 대해서 평을 할 때 주의했으면 좋겠다. 상황 자체를 논하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냐만은, 직접 겪지도 않은 내용에 대해 겪은 것처럼 굴거나 객관성을 가진 척 하는 걸 보기가 참 고역이다. 나라고 집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없었을까? 그래도 내가 직접 집회에 참가 해볼 때까지 참고 참다가 이런 글 하나 남겨 본다. (그래도 조심스럽다. 내가 다 본 게 아니니까) 그렇지 않으면 주둥이만 살아서 쿨한 척하는 비아냥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혁신가 이명박

[ 2008-May-30, 00시 09분] [ Category : 문화 생활, 생각 잡기 ] [ 엮인글수 : 1 ]

혁신이란 없음에서 새로움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있는 것을 응용하여 더 나은, 더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은 보수와 어울린다. (반대로 진보는 개혁과 어울린다)

이명박은 소속 정당과 그간 성향을 볼 때 수구주의자와 아주 흡사한 무늬만 보수주의자이다. 어쨌든 자칭 보수주의자들에게서 지지를 받아 껍데기만 보수인 정당에서 꼴만 보수주의 흉내를 내는 사회에서 성공을 하며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그는 지난 100여일 만에 실로 놀라운 혁신을 이루고 있다.

그가 그간 어떤 생각과 움직임을 보여왔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 파급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최근에 작은 불씨에서 시작한 반대 움직임들을 70~80년대 방식으로 탄압하여 횃불로 만들었다. 아직 결과를 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1. 노무현과 김대중도 해내지 못한 지역감정 타파도 해낼 것 같고,
  2.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너덜 너덜한 넝마가 된 민주주의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있으며,
  3. 파업이라면 그 내막을 떠나 비난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던 우리 사회에서 이명박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이나마 파업 하는 이들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조성 될 싹이 보이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더구나 매번 실패했던 조중동 불매 운동 조짐이 심상치 않으니 실로 대단한 혁신가라 할 수 있다.

물론, 밀실/위장/거짓 행정의 진수를 보이며 몰래 수돗물 사유화를 발표하거나 영리 병원 허용을 검토하고 있어 혁신가로서 오점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또한 1/3 정도 되는 사람들이 꼴통이거나 무식하거나 천박해서 자신을 뽑아줬다고 해도 머리 텅 빈 빠순이/빠돌이 취급하여 오점을 키워가고 있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지금처럼 상황이 흘러가다 잘 마무리 되면 분명 우리는 진보하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다시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친일 세력(뉴라이트, 한나라당 등)과 조중동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 성과라면 비록 몇 가지 오점이 있을지라도 혁신가라 칭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