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갈래에 속하는 글들

대충 만드는 계란말이

[ 2008-Oct-17, 21시 39분] [ Category : 먹다 ] [ 엮인글수 : 4 ]

반찬 만들기 참 귀찮다. 그래서 되도록 밑반찬 한 두 개 있으면 그걸로 밥을 해치우는데, 가끔 영양소 관리 차원에서 달걀을 먹는다. 달걀로 먹을거리 만드는 것도 귀찮긴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되도록 설거지거리나마 나오지 않게 달걀 프라이를 한 뒤 밥 위에 얹거나 밥과 함께 볶는 편이다. 이 마저도 귀찮아서 달걀도 잘 안먹는다.

프라이팬 위에 몸을 익히는 계란말이 사진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달걀말이(계란말이)를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달걀을 밥그릇에 깨넣고 거기에 고추가루 , 소금, 후추, 깨를 조금씩 넣고 잘 휘저어 푼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중간불로 달구며 기름을 두른다. 프라이팬을 너무 달궈서 뜨거워지면 태우기 쉬우니, 가스렌지에 프라이팬을 올릴 때 바로 기름을 두르고 넓게 퍼지게 프라이팬을 돌려주다가 바로 풀어놓은 달걀을 펼친다.

가만히 기다리면 조금씩 익는데, 바닥쪽이 좀 익었다 싶으면 뒤집개로 한쪽부터 살살 밀어 올리며 반대편으로 굴린다. 위쪽은 안익었어도 상관없으니 계속 굴려서 계란말이 모양으로 만든다.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천천히 말면 된다. 그렇게 다 말았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계란말이 위아래를 통채로 뒤집는다. 잠시 더 달구면 계란말이 위, 아래 면이 노릇 노릇 익으면 다 된 것이다.

촉촉한 속살을 자랑하는 계란말이 사진

마음이 느긋하다면 중간 불 보다 더 약한 불로 익혀도 좋다. 불이 약할수록 계란말이 속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불이 강하면 구수한 냄새가 나고 좀 더 단단하다.

실은 밖에서 사먹는 그 화려한(?) 계란말이를 어떻게 만드는 지 모른다. 풀어헤친 달걀물을 익히며 말아서 계란말이 모양새를 흉내냈다. 그래서 글 제목도 “대충 만드는 계란말이”이다. 난 겸손한 청년이다.

대충 만들어서 맛도 대충 만든 티가 나지만, 먹을만하기도 하다. 만드는 데 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된장국을 끓일 때 재료를 넣고 국을 끓이다 된장을 풀어헤친 뒤 불을 끄는 시간이 약 5분이니까, 된장 풀어 넣은 뒤 바로 계란말이 만들면 시간도 적절히 맞아 떨어진다.

취향에 따라 달걀을 풀 때 우유를 달걀물에서 반 정도로 넣어 휘저어도 좋다. 좀 더 고소하다. 궁금해서 고추기름을 넣은 적도 있는데 딱히 좋은 추억으로 남진 않았다.

입 심심한 늦은 밤에 누룽지 우물 우물

[ 2008-Jan-01, 01시 16분] [ Category : 먹다 ] [ 엮인글수 : 0 ]

푸짐한 입김이 입 밖에 절로 맺히는 춥디 추운 2008년 1월 1일 0시 39분. 밥 약간에 통닭을 맥주와 함께 해치웠는데 배가 출출하다. 호빵도 생각나고 귤도 생각나고 라면 하나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도 같고.

실은 하나 밖에 없는 운동화를 빨은 탓에 밖에 나갈 수 없기에 미리 비상 식량처럼 사둔 군것질거리가 여럿 있었다. 감자칩도 있었고 쌀과자도 있었고, 떡볶이 재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조촐하기도 하고 푸짐하기도 한 먹거리들을 제치고 나는 누룽지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어떤 생각이나 계획을 뒤엎는 감성 한 조각 때문이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길거리 떡볶이를 먹을 때는 으레 오뎅(어묵) 국물을 함께 먹어줘야 한다는 본능 같은 감성. 야식 감성이랄까? ^^

누룽지 사진

누룽지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후라이팬에 밥을 올리고 데우면 그만이다. 그래도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좀 더 손을 놀렸다.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덥혀 놓은 뒤 밥 한 공기를 넉넉히 올려 꾹 꾹 눌렀다. 밑면은 그을려가며 노릇 노릇 익어가고 윗면은 촉촉하다. 이때 설탕을 조금 집어 흩뿌렸다. 안뿌려도 누룽지를 오래 씹으면 단 맛이 나지만 몰랑 몰랑한 감성에 단 맛을 더하고 싶었다.

촉촉한 누룽지 사진

후라이팬 넓이를 감안했을 때 밥 한 공기는 누룽지를 만들기에 다소 많은 양이다. 이렇게 많은 밥을 넣은 이유는 우선 밥이 많아 통통한 누룽지가 쫄깃 쫄깃해서 맛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밥 주걱을 잘못 놀려 생각보다 많이 밥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볶아보니 나쁘지 않았다.

올리브유로 볶아서 누룽지 치고는 고소했다. 그리고 설탕을 살짝 넣어 침이 입 안에서 절로 고이는 감칠맛이 살짝 맴돈다. 처음 누룽지를 만든 것 치고는 괜찮았다. ^^

귤 사진

바구니에 귤을 담고 통통하고 촉촉한 누룽지와 목 메이지 않게 누룽지와 조금 비슷한 맛을 내는 둥글레차 한 잔, 그리고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2008년 첫날을 맞이해본다. 소박하다면 소박한 밤군것질. 조금 귀찮긴 했지만 전혀 아쉽지 않은 밤군것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