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용서해줄까?

[ 2006년 06월 01일, 16시 43분] [ 글 갈래 : 나른한 오후의 단상 ]

때는 1999년.

회사에서 Cranberries 1~3집을 Winamp에 통채로 넣고 들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마냥 Cranberries만 들으면 금방 질릴 수 있으니 사이 사이에 다른 노래도 껴넣었다. 이를테면 Dream Theater의 Another day라던가, 더더 1~2집, Helloween, Skid raw, 김경호, Alanis morissette 등.

당시 나는 MP3를 PC통신망 중 하나인 Nownuri 동호회 자료실에서 구했다. Telnet으로 Nownuri에 접속해서 파일을 받으면 긴 파일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파일 이름 8자에 구분점, 그리고 확장자까지 해서 총 12자까지 파일 이름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03.mp3, kkh2-3.mp3 식으로 이름 붙은 MP3를 받는 경우가 흔했다. 아무 생각 없이 파일을 내려 받은 폴더를 통채로 Winamp에 넣고 듣다가 정말 눈물 주르륵 나올만큼 좋은 노래를 발견해서 대체 누구의 노래일까 확인하기 위해 MP3 파일 이름을 확인하면 정겨운 그 이름, 02.mp3이어서 좌절을 하곤 했다.

땀 냄새나는 한낮 여름 더위는 저녁까지 여전한 8월쯤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와서 언제나처럼 노래를 들으며 야근 하기 전에 이리 저리 놀고 놀고 있었다. Alanis morissette의 You ought know가 발장단을 이끌고, Helloween의 Forever and one의 애절함이 똥꼬를 옴찔 옴찔 자극하며, Offspring의 All I want가 목을 흔들어 풀어주는 훈훈한 저녁 휴식 시간.

갑작스레 큰 소리로 노래가 흘러나와 귀를 세게 쳤다. 소리 크기를 잘못 지정해서 여느 노래 MP3보다 소리가 2배 정도 크게 녹음된 메탈 노래였다. 깜짝 놀라 허둥 지둥 이어폰을 뽑으려 했다. 줄을 앞으로 당기는 바람에 이어폰이 귓바퀴를 잡아 끌듯이 억지로 끌려나왔다. 아펐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도 몇 번 더 당했다. 대체 이 괘씸한 노래를 부르는 애들은 누구일까? 싶어 MP3 파일 이름을 보았다.

ratm02~1.mp3

후우… 뭐지? 알음 알음 찾아보니 Rage against the machine의 Bulls on parade였다.

감히 이런 시끄러운 노래로 내 귀를 괴롭혔다니!

하며, 나는 두번 다시 일부러 Rage against the machine 노래를 듣지 않았고 싫어했다. 그러면서 잘도 Korn의 노래는 즐겨 들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보면 Rage against the machine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노래를 했을 뿐, 진짜 잘못은 소리 크기를 잘못 조절한 MP3 만든 놈이 저질렀는데 나는 애꿎게도 Rage against the machine을 미워했다.

내겐 그럴듯한 이유였지만 Rage against the machine 입장에선 꼴 같지도 않은 이유였던 MP3 소리 크기. 나는 이제 오해를 풀고 원죄를 사하노니, 이제 그만 용서해주려 한다.

Rage against the machie … 그동안 미안~

꼬리표 (tags) :

4개의 댓글과 엮인글이 있습니다.

  1. 프리버즈:

    나우누리 메탈동호회의 방대한 MP3 자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T_T RATM동호회나, 일음 드라마 동호회 등에서 올려준 락/메탈 MP3들도 많았었는데..흑흑

    저 고등학교때 밴드 이름이 RATS였습니다. Rage Against The School -_-; 저 이름으로 축제 공연까지 했던 어린시절의 깡 :|


    comment at 2006/06/04
  2. 한날:

    흑흑. 정말 그 많던 음원과 동영상들. T_T 요즘엔 구하기 힘든 각종 부틀렉도 많아 좋았지요. ㅜㅜ
    .
    RATS라. 이름 끝내주는군요. 자칫 소문자로 쓰기라도 하면 ‘쥐들’이 되는군요. -_-; 그나저나 공연까지 했었다면 무얼 하셨어요?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 +_+


    comment at 2006/06/05
  3. 프리버즈:

    ‘대일밴드’로 하려고 했는데, 동명의 인디밴드가 있더군요. 학교 선생님들께는 “쥐새끼들”이라는 뜻이라고 말했죠. -.-

    포지션은 기타였는데, 대학교 2학년때 밴드를 그만둔 이후로 안치고 있어서 지금은 전혀..-_-;;


    comment at 2006/06/06
  4. 한날:

    에잇, 대일밴드는 꽤 흔할걸요?
    .
    전 목소리 좀 가다듬고 나서 락 보컬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하핫. 다만, 감정없이 씩씩하게 부르는게 현재 제 한계라 껴줄지는 모릅니다. T_T


    comment at 2006/06/07

댓글을 남기시면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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