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사는 귀신들

[ 2005년 06월 07일, 17시 28분] [ 글 갈래 : 나른한 오후에 써봄직한 가벼움 ]

1. 책상 귀신
내 책상에는 귀신이 산다. 나는 특별히 어지럽히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면 엄청 난장판이다. 귀신이 살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 규칙 없이 어지럽혀질 수 있을까?

2. 필기구 귀신
필기구를 잡아먹는 귀신이 있다. 2천원대의 일본제 펜을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며, 1천원짜리 샤프 필기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 싶다. 가끔, 지우개나 샤프 필기구의 심도 먹는 듯 싶다.

3. 이면지 귀신
중요한 발상이나 회의를 기록한 이면지는 내용을 보려면 쓰레기통에서 찾아야 한다. 이면지에 귀신이 붙어있기 때문에 스스로 쓰레기통에 간 것이다.

4. 명함 귀신
명함을 받은 뒤, 연락할 일이 있어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면 없는 번호라고 안내 받는다. 혹시나 해서 전자우편을 보내면 그런 사람 없다는 조금 더 불친절한 느낌을 띤 영문 안내문을 받는다. 음… 명함 속의 당신, 누구세요?

5. 감시 귀신
일을 하다 잠시 누리집들을 둘러보러 다니면 상사가 내 뒤에 서있다. 변을 보는 것인지 생각을 하는 것인지 절대 헷갈릴 수 없을만큼 깊이 생각하거나 이윤열 선수의 손 빠르기만큼 현란하게 문서를 작성할 때는 보이지 않다가, 잠깐 딴짓하면 내 등 뒤에 서있는 상사(주로 이사급이나 사장). 귀신이 알려주지 않고서야 …

6. 식사 귀신
왜 밥 먹을 때가 되면 먹고 싶은 음식이 머리 속에서 잊혀지는걸까. 귀신이 이제 내 머리 속까지 통제한다.

7. 무료 이용권, 할인권 귀신
무료 이용권이나 할인권은 해당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현재 내게 없음을 알게 된다. 특히 값 비싼 식당에서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귀신의 장난이 심하다고 느낀다.

8. 포스트잇 귀신
절대 깜박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포스트잇에 할 일을 적은 뒤 모니터에 붙여놓는다. 그리고 그 일을 깜박하여 놓친 뒤 그 포스트잇을 발견한다. 분명 귀신이 나 몰래 떼었다가 일이 끝난 뒤에 다시 붙이는게 분명하다.

10. 결론
나는 다양한 귀신들과 함께 산다.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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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과 엮인글이 있습니다.

  1. 꺼칠해도~미소년:

    제 책상에는 맨날 홍차 따라놓는 귀신이 삽니다. 절대 마시고 싶지 않은데 하루종일 마시고 있는걸 보면 귀신이 맞습니다. 덜덜덜.


    comment at 2005/06/07
  2. 띠용:

    전 사탕의 귀신..;; 안먹고 싶은데 입안이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항상 사탕이…;;;
    (그래서 내 주위의 사탕을 무설탕 사탕으로 바꿔놨어요~~ㅋㅋ)


    comment at 2005/06/07
  3. 몽실이:

    저랑 같은 귀신들과 살고 계시는군요.
    전 휴대폰귀신과 열쇠귀신, 지갑귀신들이 한날님보다 더 있네요.
    이놈의 휴대폰, 열쇠, 지갑과 저는 항상 숨바꼭질 놀이를 한답니다.


    comment at 2005/06/07
  4. 거친마루:

    저한테는 망각의 귀신이 살아요..
    너무나 당연한것들이 막상 기억해내려면 멍해지는..
    저 귀신들도 너무나 친숙한녀석들인데 막상 목록에 정리해보라면 기억 안날 이름들이군요..


    comment at 2005/06/08
  5. 한날:

    꺼칠한중년님/ 그 귀신, 접니다.

    띠용님/ 음. 귀신이 사탕을 입에 물려놓는다라. 무서운걸요? orz

    몽실이님/ 사실, 그것들이 스스로 숨는 게 아닐까요? 히히

    거친마루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조화. 무서운 귀신인걸요? 덜덜덜. (실은 귀신 몇 종류 더 있는데 쓰다가 까먹어서…)


    comment at 200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