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로 만든 마이크로 블로그?

[ 2008년 03월 09일, 15시 55분] [ 글 갈래 : Ego & Persona, 워드프레스 ]

미투데이를 비롯하여 나라 안팎으로 마이크로 블로그라는 가볍고 작은 소통 도구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는 미투데이를 1년 넘게 쓰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짧은 몇 마디 남기기가 참 매력있습니다.

그러다 최근 몇 달 이런 마이크로 블로그나 사람 관계(인맥) 관리 서비스에 몇 가지 불편한 경험을 했습니다. 서비스 자체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문제지요. 그래서 거리를 좀 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 개인 얘기를 굳이 다른 사람과 일부러(?) 잇지 말고 제 개인 공간에 하는 것이 제게도 좋고 절 불편해하는 사람에게도 좋겠다는 생각한 것이지요.

처음엔 중얼거림을 남길 공간을 직접 다 만들려 했습니다. 투자할 시간은 단 하루. 글을 써넣고 꺼내보는 기능이면 끝이니 하루 투자하면 후다닥 만들 수 있겠다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공간에 대한 궁리를 이리 저리 하다보니 점점 필요한 기능이 늘어나 마침내 히말라야 꼭대기에까지 올라 훌륭한(?) 마이크로 서비스를 만든 상상을 하고 있더라고요.

결국 다시 재미거리들을 다 쳐내고 꼭 필요한 것들만 골라 냈습니다. 그래도 하루 안에 다 만들긴 좀 벅차 보였습니다. 밖에 있는 다른 글에 글을 건다거나 파일을 첨부하거나 무단 자동 광고를 막는 기능은 이리 저리 시험 및 실험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각 기능마다 하루씩 필요해 보였습니다. 흐음, 이를 어쩐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워드프레스를 활용하는 겁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4년 가까이 써온 도구라서 구조를 거의 파악하고 있고, 둘째, 껍데기(template)와 부가기능(plug-in)으로 확장할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어서 제가 원하는 기능이나 꼴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워드프레스는 블로그 저작 도구이지만, 이 경우엔 웹 프레임워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웹 프레임워크로 워드프레스를 결정하고 바로 개발을 착수 했습니다. 개발이라고 해봐야 사실상 껍데기(template) 개발이 전부였습니다. 어제 점심 먹고 바로 시작해서 오늘 점심 먹을 때쯤 다 만들었으니 정말 하루 걸렸네요.

자, 여기 그 결과물입니다. 짠! 이름하여

중얼 중얼 한날

입니다. 관리자 권한으로 접근하면 아래와 같이 글쓰기 영역도 함께 나옵니다.

글쓰기 영역이 있는 모습

그럴 듯 하죠?

워드프레스는 댓글을 보려면 해당 글을 낱장으로 열어야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Ajax + DHTML 방식으로 열지 않지요. 그래서 약간 꼼수를 부려 구현했습니다. 워드프레스에는 댓글을 돌출창(pop-up window)으로 따로 가져와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이 화면 자체를 Ajax 로 가져와 출력하는 것이지요. 실험해보니 잘 되네요. :)

댓글은 누구나 달 수 있게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OpenID에 접속한 사람만 댓글 달 수 있게 했습니다. 무단 광고(스팸)이 귀찮기도 하고, 혼자말이 목적이라 열렬하게 모르는 누군가와 토론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OpenID 접속이 필수이면 귀찮아서라도 제 혼자말에 굳이 토 달지 않을테니까).

아참, W3C XHTML 1.0 Transitional도 깔끔하게 통과 했습니다. 으하하. 어지간히 디자인 끝내고 혹시 하는 마음에 슬쩍 찔러봤는데 한 번에 통과 했네요. (하지만 역시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선 화면이 좀 깨지나 봅니다. 밤에 고쳐야지 -_-)

맥 운영체제(Mac OS X) 일 때는 웹에서 글을 쓰고, 윈도우 운영체제 일 때는 Windows Live Writer로 글을 씁니다. 블로그와도, 서비스형 마이크로 블로그와도 맛이 색달라서 묘하면서도 좋네요.

그냥 새 공간 하나 더 열었다고 알리는 글 치고는 참 길게 주절거렸네요. 요즘 천덕꾸러기처럼 구박만 받았지 칭찬에 목 말라서 그런가 봅니다. 하하.

14개의 댓글과 엮인글이 있습니다.

  1. 알게뭐야: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반갑습니다. 여기가 새로운 보금자리인가요? 종종 들리겠습니다.^^


    comment at 2008/03/09
  2. 한날:

    댓글 남기셨으니 좋은 일 생기실 겁니다. :D
    .
    여긴 제 보금자리에 있는 방 중 가장 오래된 곳이고, 가장 최근에 연 방은 중얼 중얼 한날입니다. :) 종종 와주신다니 마냥 고마울 따름입니다 꾸벅.


    comment at 2008/03/10
  3. 아거:

    와. 정말 멋있어요. 저도 요즘 같은 생각을 해서 당분간 미투 잠수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대신 아무도 없는 벽에다가 중얼거리는 공간을 만들어서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미투나 블로그 생활을 하다보니 궁시렁거리는 병이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


    comment at 2008/03/10
  4. nova:

    중얼(거리는) 한날, 재밌는 공간이네요.
    블로그와 2MB가 만나니 시간만 나면 궁시렁거리게 되어서 저도 은근 부아가 치미는 중입니다.
    그렇다고 아바타를 새로 만들어 딴 소리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역시 면벽수련이 답일지도……
    다들 너무 오래 하진 마십시오. ;-)


    comment at 2008/03/10
  5. CK:

    Tumblr 도 워드프레스 기반입니다.
    다음번에는 텍스트큐브 기반의 재미있는 것도 기대할께요. :)


    comment at 2008/03/10
  6. 한날:

    # 아거님/ 으하하, 그 병(??)이라는 표현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그나저나 그 아무도 없는 벽이라는 곳이 혹시 backpack 이에요?
    .
    # nova님/ 하하하, 면벽수련까지 나왔군요. 두 분 표현 정말 멋집니다. 전 저 방에서 구시렁 거리다가 열심히 2mb 부정 글을 이곳으로 옮겨 쓰려 합니다. 아메바가 참 무섭긴 무서워요. 미래 전쟁은 세균전이라더니 정말 세균전이 따로 없습니다.
    .
    # CK님/ 오, 그건 몰랐던 사실입니다. +_+
    다음에 좀 더 시간이 나면 텍스트큐브로 뭔가 만들 생각입니다. 작년에 1.5 만지작 거릴 때는 확장기능 만들기 좀 불편하더라고요. 워드프레스에서 누리던 자유로움과 확장성을 텍스트큐브에서 기대한 탓도 있지만, 당시엔 다소 제약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햐햐.
    실은 c# 공부하면서 Windows Live Writer 같은 걸 하나 만들려 했습니다. 근데 WLW을 써보니 의욕 상실. 헤헤.


    comment at 2008/03/10
  7. nova:

    C# 공부하셔서 WLW 플러그 인을 만들어주세요. ;-)


    comment at 2008/03/10
  8. 한날:

    핫핫, 이미 WLW 가 무척 훌륭하던걸요. >_< 혹시 필요한 기능이 있으세요?


    comment at 2008/03/11
  9. nova:

    한글 맞춤법 기능이요!!!
    가능하다면 공개 소스를 이용해 만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Windows에 깔린 워드 맞춤법 기능을 가져다 쓰는 형태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니까, Windows 개발 쪽은 아니신 것 같던데 쉽지 않겠죠? 아, WLW에 한글 맞춤법 기능만 있으면 부족할 것이 없는데 말이죠. 여기서 이렇게 궁시렁거리면 어느 용자께서 만들어주실지도 ;-)


    comment at 2008/03/11
  10. 한날:

    후덜덜. 쉽진 않겠네요. 우리말 배움터에서 검사기를 제공하긴 하는데, 재배포를 할 수 없는데다 순수한 DB가 아니라 오픈오피스용이라서 이용자가 직접 저걸 받아서 DB만 추출해야 하는데 그게 쉬워 보이지도 않고요. @_@
    .
    MS 오피스나 아래아 한글에 있는 검사기를 슬쩍해서 쓰게 하자니 저작권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흐음.
    .
    저런 건 공공재로 해서 무료로 쓸 수 있으면 좋은데 아쉽네요.


    comment at 2008/03/11
  11. 일모리와 웹표준:

    워드프레스로 마이크로블로깅…

    마이크로블로깅이라면 아시다시피 짧은 문구로 나만의 아이디어, 삶, 순간을 표현하고 나누는 약간 축소된 블로깅입니다. 대표적으로 미투나 플톡의 한국 서비스들이 있고, 트위터라는 해….


    trackback at 2008/03/28 이 의견은 엮인글(Trackback)이며, 모든 내용을 읽으시려면 이곳을 누르세요.
  12. GatorLog:

    워드프레스를 이용한 마이크로블로깅…

    마이크로블로깅이 블로그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원래는 한담속의 관계다지기 혹은 주체할 수 없는 후천성 중얼거림 증후군 (후중증) 치료용으로 이용되어 온 마이크로블로깅도 …


    trackback at 2008/04/01 이 의견은 엮인글(Trackback)이며, 모든 내용을 읽으시려면 이곳을 누르세요.
  13. melt-snow:

    안녕하세요.
    중얼거리는 누군가, 그리고 또 그런 누군가를 쳐다보는 다른 사람이 필요한 공간이 인터넷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도 다른 곳에서 몇 번 언급을 했었지만, 사람이란 결국 자신의 중얼거림을 남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건가 봐요.
    10년이 다 됐어도 인상적인 문구를 떠올리며 아래 글을 링크해봅니다.

    “토키오와 바텐더의 대화”


    comment at 2008/12/29
  14. Hannal:

    공감합니다. 누군지 기억은 안나는데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기를, 사람들이 일기를 쓸 때엔 누군가 본다고 막연히 전제하며 쓴다더군요. :)

    아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 at 2008/12/29

손끝에서 맺어지는 우리의 댓글 인연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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