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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길게 쓴다는 오해

[ 2008-Jul-27, 16시 30분] [ Category : 나른한 오후에 써봄직한 가벼움 ] [ 엮인글수 : 3 ]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대한 주요 오해 중 하나는 글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을 풀어 쓰는 편이라서 긴 글을 쓸 때가 많다. 난 막연하게 내 글은 글씨가 크고 줄 사이가 넓어서 실제 양보다 더 긴 글로 느껴진다 생각해왔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길까, 궁금해서 요즘 쓴 글 몇 개를 되짚어 봤다.

글에 따라 다르지만 난 글 하나에 낱말을 400개 정도 쓴다. 띄어쓰기로 낱말이 세기 때문에 200자 원고지로 약 4~5장, A4 용지로는 한 장 이하쯤 되는 셈이다. 신문같은 언론 매체로 치면 기획 기사처럼 긴 호흡으로 읽는 기사가 아닌 짧은 기사 하나 보다 조금 짧은 정도이다.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인터넷 매체(주로 포털 서비스)에 있는 기사 주소를 띡 던져주면 끝까지 읽지 않고 1 / 3 에서 반 정도만 읽는 걸 감안했을 때,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는 양보다 조금 더 긴 셈이다.

물론, 이런 글들은 주로 이곳, 한날의 낙서에 있고, 한날은 생각한다처럼 작정하고 길게 쓰는 글은 낱말을 1,000개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람들 상당 수는 “한날의 낙서”에 있는 글들도 길다고 글 앞에 있는 한 두 단락만 읽는다.

원인은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요소들이 맞았다. 사람들은 글 분량을 실제 분량으로 인지하기 보다는 심리상 느낌으로 인지한다.

우선, 글씨가 빽빽한 덩어리가 커보이면 긴 글이라 여긴다. 난 되도록 뜻 단위로 단락을 쪼개기 때문에 단락 하나 크기가 좀 크다. 또 글씨도 크고 문장 사이도 넓다. 종이에 쓰여 있는 글은 여백이 너무 많을 경우 공간감 측면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데다 글을 읽는 호흡을 자주 끊어 집중을 방해하지만, 모니터에서는 그 반대이다. 책 쓰듯이 단락을 구성하면 글씨를 읽기 힘들어 눈이 아프다. 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광택지에 글씨를 네모 틀에 맞춰 빼곡히 쓰면(양쪽 정렬) 눈이 쉬이 피곤해진다.

긴 글은 눈이 문장을 쫓아 눈길을 잃지 않게 하게 하려고 왼쪽 정렬을 하고, 짧은 글은 한 호흡에 빠르게 읽도록 단락 단위로 인지하게 하려고 양쪽 정렬을 했다. 그래서 짧은 글을 주로 쓰는 이곳은 문장을 양쪽정렬(왼쪽과 오른쪽이 반듯하게 맞게 정렬됨, css 에서는 text-align: justify; 로 함)을 하지만, 긴 글을 주로 쓰는 “한날은 생각한다”에선 왼쪽 정렬(왼쪽을 중심으로 반듯하게 맞춤, css 에서는 text-align: left; 로 함)을 하고 있다.

근데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인터페이스만으로 글 읽는 호흡감을 이끌어 내기엔 내 글이 지루한가보다. 아니면 내 글은 감당 못하게 길다고 깊은 오해를 널리 받고 있거나. 읽지 않으면 못참을 정도로 깊고 맛있는 글을 쓰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니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꼼수를 많이 부려야 할텐데, 그렇다고 개행이나 여백을 남발하면 글이 위 아래로 너무 길어지고. 어쩌지?

덧쓰기 : 참고로 이 글은 이 덧쓴 부분을 뺐을 때, 낱말을 400개도 안썼다. 어지간한 기사 분량보다 조금 짧다.

입과 손가락을 무겁게 써야지

[ 2008-Jan-06, 00시 20분] [ Category : 생각 잡기 ] [ 엮인글수 : 3 ]

대뜸.

내 글이나 말을 접하고 공감, 납득, 설득을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입을 열지도, 손을 놀리지도 말자.

그러니까,

수줍음을 타고 말을 적게 하는 성격이라서 생각을 머리 밖으로 꺼내는 일이 많진 않다. 그래서 컴퓨터로 글을 쓰며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기술 발달은 내 성격에 아주 어울린다.

이 블로그는 2003년 11월에 시작하였고(네이버 블로그에서 이글루스로, 이글루스에서 여기로 이사하는 과정 모두 합쳐서), 그간 900개가 넘는 글을 썼으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내 생각을 써온 지는 어느 덧 만 10년을 넘었다. 어쩌면 컴퓨터 자판 위에서 생각을 글로 옮겨 적은 양이 입을 통해 생각을 말로 옮긴 양보다 많을 지도 모른다. 가끔 마음 울적한 날엔, 아니 주둥이 울적한 날엔 대화를 입과 귀가 아닌 컴퓨터를 통해 손과 눈으로 나눌 때도 있으니까.

오래도록 인터넷에서 생각을 글에 담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는 글적이 소통을 해왔지만, 치열하다면 치열하다고 할 수도 있고 빠르다면 빠르다고 할 수 있는 소통은 블로그를 쓰면서 많이 겪었다.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글도 썼고 내 블로그에 다시 발길을 하지 않게 만든 글을 쓰기도 했다. 소통양과는 관계없이 한 곳에 진득하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 4년 넘게 900개가 넘는 글을 쓰다보니 간과 심장 사이쯤 되는 지점이 간질 간질한 묘한 깨달음을 느끼곤 한다. 왠지 “이거 나만 아는겨. 아무도 안갤차줄겨” 라는 우쭐함에 엉덩이 옆 옴폭 파인 곳이 간질 간질한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엄한 소리 삑삑하는 상대방에게 강렬한 어퍼컷 같은 잘난 척 할거리를 머리 속에서 다 만들어뒀는데 마침 상대방 헛소리가 거의 끝나갈 때가 되어 침이 고이며 어쩐지 단내와 꼬순내가 입 안에서 맴도는 듯한 간질함 같기도 하다.

간단히 줄이자면, 모처럼 혼자 생각을 하다가 뭔가 깨닫고는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 안달난 비루 먹은 똥강아지 청년 상태라는 말이다.

또 대뜸.

내 글이나 말을 접하고 공감, 납득, 설득을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입을 열지도, 손을 놀리지도 말자.

이것이 깨달음을 토대로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아무리 깊고 깊은 뜻이 있고 널리 온 누리를 이롭게 할 훌륭한 거름, 아니 생각일지라도 그걸 말이나 글로 담아낸 걸 다른 사람이 접하고 공감을 일으킬 것 같지 않으면 차라리 말이나 글로 담지 않는 것이 더 이롭기 때문이다.

잠수

그 동안 글을 잘 쓰지 않았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남의 글도 그다지 읽지 않았다. 읽었어도 댓글을 남기는 훈훈하고 정겨운 행동도 잘 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어디가 왜 어떻게 얼마나 불편한 지 몰랐다. 막연했다. 그 느낌은 남의 글을 읽을 때도 종종 살아났다. 그 불편함이 불쾌했고, 그 불쾌함이 불행했다.

뭐가 문제일까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대뜸.

내 글이나 말을 접하고 공감, 납득, 설득을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입을 열지도, 손을 놀리지도 말자.
…는 결론에 이르렀다.

예전에 쓴 내 글을 보고 참으로 허섭쓰레기 같은 글을 썼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 비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을 느끼고는 허둥 지둥 웹브라우저를 닫은 적도 있다. 캬오~! 하고 공룡이 울어대던 먼 옛날 일도 아니고, 불과 몇 시간 전에도 미처 거름이 되지 못해 똥이 되어 버린 글을 읽고 그 고약한 냄새에 이마에 주름 잡았다.

아름다운 문장이나 맛있는 말장난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것이 없다고 해서 거름이 되지 못한 똥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쓰진 않는다. 읽으면서 얼마만큼 공감하고, 이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불편함이 사라진다.

이건 글을 쓰는 마음에 달려 있다. 애정과 참된 마음을 갖고 쓸 수록 글은 그 자체로 맛있다. 돈을 벌려고 남의 글을 훔쳐다 쓰거나 주제나 자기 생각도 없이 화학 조미료처럼 얕지만 강한 맛을 내는 표현으로 가득한 글, 혹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쓴 글은 대체로 맛이 없을 뿐더러 금방 질린다. 주머니가 가난해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는 얄팍한 음식을 먹다보면 금방 질려 입맛을 잃듯, 이런 글들 역시 글맛을 잃게 한다.

“혹시 내가 그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에 글을 아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잠수 아닌 잠수를 하고 있었다.

별 것 있나

과연 나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제대로 노력을 했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그래놓고선 상대방이 내 생각을 모르거나 오해한다고 비판하거나 서운해 했다. 공감이나 납득하게 할 자신도 없으면서 일단 말이나 글을 시작하여 그를 불편하게 했고 나를 불편하게 했다.

별 것 있나? 그리고 별 수 있나?
조금 더 입과 손가락을 무겁게 놀려 나도 남도 불편하지 않은 글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뜸.

내 글이나 말을 접하고 공감, 납득, 설득을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입을 열지도, 손을 놀리지도 말자.

내 부족함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똥품 잡을 생각은 없다. 대신 더 노력하여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을 것이다. 손가락 사이에 거미줄 쳐서 궁상 맞게 거울에 마주 앉아 실뜨기 하는 얼치기도 되지 않을테다. 입과 손가락을 무겁게 하여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무겁게 하여 더 귀히 쓸 것이다.

그나저나

글이 좀 길다. 세 줄 요약이라도 쓸 걸 그랬나? 이 글도 관심 못받겠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이 아담해지네. 작은 마음(小心)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