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내게 하등 득 될 게 없다.

[ 2009년 11월 16일, 12시 24분] [ 글 갈래 : 나른한 오후에 써봄직한 가벼움 ]

가이 가와사키

어젯 밤, 자기 전에 잠깐 읽으려고 가이 가와사키가 쓴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The art of the start)” 책을 펼쳤다가 두 시간 동안 고개를 끄덕였다. 졸아서가 아니라 연신 공감하느라 고개를 끄덕여서 목이 다 아플 지경이다. 나온 지도 꽤 된 이 좋은 책을 왜 이제서야 접했는지 궁금해졌다. 음… 이유가 생각나질 않는다. 잠시 책을 덮고 한참 뇌 곳곳에 있는 세포를 자력발전으로 전기 고문하니 비실비실한 답이 불쑥 튀어나왔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계기로 그에게 안 좋은 인상이 남았었다.

어떤 블로거

난 몇몇 블로거를 싫어하거나 불편해해서 피한다. 그런데 한 블로거에 대한 내 느낌은 얼마 전에 완전히 바뀌었다. 그가 보여왔던 불필요할 만큼 시끄러운 무리짓기는 알고보니 열정이었던 것이다. 난 그 열정에 자극을 받았고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바뀌었다.

난 그를 알아가기도 전에 편견부터 가졌었다.

대체 몇 년이 걸린 것인지

가이 가와사키는 약 3년 만에, 저 블로거는 2년 만에 내가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에서 벗어나 나한테 좋은 사람이 되었다. 저 사람들은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지만, 난 저 시기동안 많은 것을 놓쳐왔다.

내가 저들을 꺼려한 건

  • 당시엔 어땠을지 몰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고보니 정확한 계기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사소한 이유
  • 상대방을 알아가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가져온 편견

이라는 아주 가당찮은 원인이 문제였다. 겨우 이런 이유들로 잃은 관계 및 사회 기회를 (요즘 툭하면 정부에서 측정하는 방식인)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7802억원쯤 된다. 가령 진작 저 책을 읽었더라면 하다못해 요즘 하고 있는 창업 준비도 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것이고, 저 사람 열정을 좀 더 일찍 접했더라면 더 많은 인연과 기회를 열어갔을 것이다. 아, 이 돈이면 은퇴하고 공부에 전념하는 건데… 땅에 떨어진 내 복덩어리를 내가 발로 차느라 줍질 못해왔구나.

미워하고 싫어해서 내게 득 될 게 없구나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고 미워한다.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엔 그게 대단히 큰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뼈에 새길만한 그런 일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설령 그런 일이라고 하더라도 용서하고 잊고서 내게 닥친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남의 귀한 쓸개 쪽쪽 빨며 복수를 다짐할만한 상황은 결국 흐릿해져 사라진다.

그런 데에 내 열정을 쏟고 작은 그릇 굴리는 것보다는 아예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 게 낫다. 나을 게 없다손 쳐도, 그렇게 해서 내게 득 될 게 무엇일까?

세상 등지고 산에 올라가 홀로 살며 누군가를 원망하며 살 게 아니라면, 누군가와 얽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미움과 싫음을 최대한 갖지 않고 사는 것이 훨씬 내게 좋을 것이다.

이렇게 쉽고 당연한 걸 이제야 몸과 마음으로 깨달았으니, 창업한다고 말했을 때 날 아끼고 잘 아는 분들이  걱정을 해주신 것이구나.

어쨌든…

나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마세요.

덧쓰기 : 응? 어라? 얼씨구? 어쭈구리? 어쩔시구리? 어쭈구리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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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댓글과 엮인글이 있습니다.

  1. 8con:

    뜨끔


    comment at 2009/11/16
  2. Hannal:

    예쁜 연인도 만나신 것 같은데 덕 쌓는 셈 치고, 좀. 굽슨 굽슨.


    comment at 2009/11/16
  3. novathinker:

    근데 잃은 관계 및 사회 기회를 환산은 어떻게 하는거예요..?


    comment at 2009/11/16
  4. Hannal:

    사회 속 사람 관계에 대해서 한 사람(노드)당 관계(링크)선을 세 개로만 잡고, 최근 제가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가치를 단순히 현금 가치(실제로 통장으로 오간 돈)로 책정하고, 각 사람(노드)와 단계가 멀어질수록 이 가치를 30%씩 감했을 때, 3**16*(평균)10000 – 오차금액 * 시간을 했을 때 저정도 금액이 나왔습니다…
    …는 농담이고요. 그만큼 시간에 비추어 봤을 때 아쉬움이 컸다는 걸 말장난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 왜 그런 시도 있잖아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comment at 2009/11/16
  5. :

    오, 글 잘 보고 갑니당
    내심 반성하게 되네요ㅋㅋ


    comment at 2009/11/16
  6. nakada:

    저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만 싫어해야겟네요 =_=
    그 사람이 싫은게 분명 그때 이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고 그냥 싫어하고 있었어요…


    comment at 2009/11/16
  7. Hannal:

    # 음님/ ^^ 이러면 손해~! 라는 생각보다는 이러니 이득! 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을 더 잘 다스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자, 음님도 동참(?)이신거죠? :)
    .
    # nakada님/ 맞습니다. 이유와 당시 감정이 사라졌다면 굳이 싫어하는 감정을 붙들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냥” 싫어하고 있는 것이죠. 이게 여러모로 제게서 앗아가는 게 많더라고요.
    그나저나, 맥북 프로라니! 부럽습니다. ㅜㅜ 제 하얀 맥북은 레오파드도 버거워서 힘겹게 돌아가고 있어요.


    comment at 2009/11/16
  8. :

    ‘무리짓기’라고 하니 뭔가 찔리기도 하고 ^^;;
    하지만 말씀하신 데 아주 공감합니다.
    예전에는 ‘이사람은 이렇다’고 쉽게 단정짓곤 했는데, 편견을 가져 봤자 그 사람은 변화가 없는데 자기 마음만 다치더라고요.
    결국은 남을 미워하지 않는 게(꼭 좋아하는 게 아니고) 나에게 좋다! ㅋ


    comment at 2009/11/18
  9. Hannal:

    아하하, 제가 오늘 모임에서 제대로 궁금증을 유발했었네요. 간지럼증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었는데, 워낙 감각이 예민하신 분들이라서 빙글빙글 웃으며 도망만 다녔습니다. :D
    제가 뵌 분 중 빨강머리 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 펄님인데, 앤을 생각해보면 펄님은 말씀하신 바를 잘 행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뵙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그렇고요.


    comment at 2009/11/19
  10. Anonymous: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comment at 2009/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