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06월에 쓴 글 ]

말이 입에 붙자 글이 눈에 붙었다

‘바라다’는 말이 있다.
「 나는 애플코리아에서 내게 맥북을 공짜로 주기를 바라고 있다. 」
이렇게 사용하며, 생각하는대로 이뤄지길 원한다는 뜻이다.

‘바래다’는 말이 있다.
「 책이 오래되어 껍데기 색이 바랬다. 」
이렇게 사용하며, 본디 빛깔이 옅어지거나 윤기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은 ‘바라다’를 ‘바래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참 많다. 이를테면,
「 이번 달 말까지 돈을 주시길 바요 」
처럼, ‘바라다’를 ‘바래다’로 잘못 쓰는 것이다. 이 말을 제대로 쓰자면,
「 이번 달 말까지 돈을 주시길 바요 」
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 이번 달 말까지 돈을 주길 바다 」
‘바라다 + ~었다’를 ‘바래다 + ~었다’로 잘못 쓴 것이다. 이 말을 제대로 쓰면,
「 이번 달 말까지 돈을 주길 바다 」
라고 해야 한다.

‘바라다’와 ‘바래다’를 정확하게 구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간 입에 붙은 ‘바래다’ 를 떼기 위해 신경을 써왔다. ‘바랬다’와 ‘바래요’는 혀에 깊이 박혀 있어서 ‘바랐다’와 ‘바라요’라고 말을 할 때마다 어색함을 느꼈다.

다른 사람에게 ‘바라다’와 ‘바래다’를 구분해서 써야하며, 흔히 잘못 쓰는 ‘바랬다’와 ‘바래요’를 지적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면 볼멘, 때로는 당당한 목소리로 내게 반박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내게 설득 근거로 내세우는 말은 어차피 서로 알아들으면 그만이라는 의견과 입과 귀에 익지 않아 어색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난 앞의견은 무시했지만, 뒷의견은 공감했다. 두 말을 구분해서 쓰자고 이야기 한 나도 어색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두 말을 구분해서 쓴 횟수도 점차 늘었다. 어느 날, 신경도 의식도 쓰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바라요’라는 말이 나왔다. ‘바래요’라고 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었는데 어느 덧 원래 ‘바라요’라는 말을 써온 것 마냥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바라요’라는 말이 나와서 적잖이 놀랐다.

더 신기한 현상은 말이 입에 붙자 ‘바랐다’와 ‘바라요’ 글자가 눈에도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었다. ‘바라요’가 옳은 표현이니 어쩌니 하는 의식은 아예 들지 않고 원래 ‘바라요’라고 눈에 인이 박힌 것처럼 아무 감흥 없이 ‘바라요’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간 틀린 표현에 익숙해져 맞는 표현을 어색해했다. 이는 애초 틀린 표현이 좀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입에 착착 달라붙을만큼 적절해서 익숙한 것이 아니라 단지 주변에 틀린 표현을 쓰는 사람이 많고 그것을 당연하게 주고 받아들여서 생긴 현상이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뜻이 서로 더 잘 통하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깐깐하게 구분해서 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깐깐하게 구분해서 써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우리 말과 글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구분 지을 수 있는 말이 있는데 ‘바래요’를 ‘바래요’와 ‘바라요’ 뜻을 함께 가진 말로 사용하는 걸로 깨우치게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일수도 있고 미래의 내 자식일수도 있다. 익숙하지 않고 입과 눈에 붙지 않아서 어색하게 쓰거나, 아예 틀린 표현을 써서 이들에게 오해나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신경쓰고 고쳐나가며 바른 말과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이 내 생각의 30%라도 이해하면 상당히 말을 잘하는 것이라 한다. 그만큼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상대방에게 전하기 어렵다.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데 꼭 필요한 말과 글. 보다 정확한 말과 글을 써서 사소하다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오해를 고쳐나가려 한다.

댓글 4개 꼬리표 :

사회 대세와 반짝 대세

들어가며

대세 종류에는 사회 대세반짝 대세가 있다.

사회 대세는 흐름이 사회 문화화 되어 대세라는 말 그대로 큰 흐름을 이룬 것이다. 최근 누리그물(WWW)의 사회 대세는 역시 Web 2.0 현상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Web 2.0으로 통칭되는 사용자 편의성이나 정보의 소형 독립화 등인데, 오해 여지를 없애자면 Web 2.0이라는 낱말보다는 시맨틱웹(Sementic Web)이 더 옳은 표현이다.

반짝 대세의 다른 말은 유행이다. 사회 대세처럼 사회에 큰 흐름이 되었으나 깊이가 부족해 다른 대세에 묻히고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누리그물의 반짝 대세는 Web 2.0 말장난이다. 이런 말장난은 어떤 흐름을 대중화하는데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그 반짝임이 워낙 세서 앞으로 두고 두고 중요하고 필요한 사회 대세를 파묻기 때문에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트렌비올블로그 이슈같은 ‘대세 정리/분류 서비스’들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세를 우선 순위로 나열하는 일 뿐 아니라, 대세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갈래(Category)로 정보를 두루뭉술하게 분류하던 예전, 이용자가 글에 핵심말(tag, 꼬리표)을 달아 이용자들이 뿜어내는 정보(UGC:User Generated Contents)를 좀 더 잘게 분류하는 요즘이다. 이제 핵심말로 좀 더 정확하고 잘게 분류한 정보의 성격을 파악해서 제시해야 한다.

대세 구분과 시간의 연관 관계

분류를 하려면 시간과 대세의 연관 정도를 봐야 한다. 이를테면, 매년 10월과 11월쯤 왕성하게 이용자들이 뿜어대는 Break dance나 B-boy 글들은 이것들의 시초나 춤 추는 법에 대한 글이라기 보다는 매년 10월쯤 독일에서 열리는 Break dance 대회인 Battle of the year(일명 BOTY)에 대한 글일 가능성이 높다.

기록은 단순히 쌓아놓은게 많아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who) 왜(why) 그때(when) 그런(how) 일(what)을 거기서(where) 했다고 가정해보자. ‘누가, 그때, 그런, 일을, 거기서’는 이미 자료로 존재하는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왜’인데, 이 ‘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때’가 기준 정보가 된다. 2006년 6월 13일과 14일에 박지성이라는 꼬리표를 단 글 100개와 2005년 7월 14일에 박지성이라는 꼬리표를 단 글 100개는 서로 매우 다른 대세이다. 앞의 박지성은 2006 독일 월드컵에 있었던 토고전에서 크게 활약한 박지성에 대한 글일 가능성이 크고, 뒤의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단에 공식 입단한 글일 가능성이 크다.

즉, 반짝 대세는 특정 시기에 유달리 많이 생기거나(generated) 연결된(link) 무엇이다.

그에 반해, 사회 대세는 시기를 타지 않고 두루 생기거나(generated) 연결된(link) 무엇이다. 특성상 생기는 경우보다는 연결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반짝 대세의 영향을 받아 특정 시기에 더 많이 연결되곤 하지만, 반짝 대세와 비교하면 굴곡이 완만하다. 사회 대세의 굴곡은 반짝 대세의 시기와 기간을 감안해서 그 기간 동안 있었던 관심도를 제외하거나 별도 공식을 적용한다면, 더 뚜렷하고 믿을만한 사회 대세 굴곡이 나온다.

정리하면, 반짝 대세인지 사회 대세인지 아직 알 수 없는 흐름이 있다면, 이 흐름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굴곡을 뺐을 때 남는 굴곡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으면 그것은 반짝 대세이고, 그렇지 않고 꾸준한 교류(굴곡)이 남아있다면 그것은 사회 대세이다.

간혹, 오래된 반짝 대세가 사회 대세처럼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워낙 사회에 미친 바가 커서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 했을 경우이다. 여자 연예인의 비공개 성관계 영상물이 그런 예이다. 이럴 때 사람들이 뿜어내는 정보(글, 사진 등)는 반짝 대세를 형성하는 거리(thing)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흐름은 긴 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쌓아놓은 시간 기록이 적다면 이런 반짝 대세가 사회 대세가 될 소지가 크다.

마치며

사람들이 만들고 내놓는 정보들은 갈수록 잘게 쪼개지고 독립되어 이곳 저곳에 퍼지고 있다. 많이 퍼질수록 생명력은 길어져서 긴 흔적(긴 꼬리, Longtail)을 남긴다. 널리 퍼지지 못했지만 대세를 형성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의 정보이건 이들 모두는 정보로써 가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정보를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반짝 대세를 알려는 사람이 있고, 사회 대세를 알려는 사람이 있다.

아직 정보 수집 및 유통 서비스들은 대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보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찾고자 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 쌓아왔었던 정보의 시간 가치를 짚어내서 정보의 대세를 구분하여 정보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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