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한다 ] 갈래에 속한 글

Buddy Rush의 인벤토리

Buddy Rush에서 두 번째 지루한(떠나기 십상인) 시기인 레벨 20에 도달했다. 이쯤되면 슬슬 왈가왈부 할만한 것 같으니, 이 게임의 인벤토리에 대해 한 마디 해보련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시스템 전체가 참 균형 잘 잡힌 편인데, 인벤토리 밸런싱은 그 균형감에서 살짝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벤토리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버디 러시에서 보유할 수 있는 아이템이 18개이며,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 9개를 포함하면 총 27개를 보유할 수 있다. 숫자로 보면 작은 숫자는 아닌데 몇 가지 제약에 조합되어 체감하는 숫자는 훨씬 작아지게 된다.

1. 겹쳐지지 않는 아이템

버디 러시에서 모든 아이템은 무조건 인벤토리 슬롯 하나를 차지한다. 종류별로 겹쳐지지 않는다. 가령, 빨간 물약 작은 것이 5개라면 빨간물약 작은 것이 인벤토리를 한 칸 차지하고, 그 물약이 5개 있다고 표시되질 않고, 각각 따로따로 인벤토리 슬롯을 차지한다.

2. 계정 단위 인벤토리

캐릭터 마다 인벤토리를 갖지 않고, 계정 당 인벤토리 하나를 제공한다. 만약, 캐릭터가 두 명이면 체감 인벤토리는 50%이 된다. 이것은 세 번째 제약과 연계되어 더 강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3. 직업별 아이템이 많음

물약처럼 캐릭터 직업(클래스) 무관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가 하면 직업에 귀속되는 아이템이 있다. 문제는 직업에 귀속되는 아이템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종류 자체가 많다기 보다는 레벨 제약 때문에 많게 느껴진다. 같은 종류 칼이라고 하더라도 레벨에 따라 따로 보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벤토리를 계정으로 보유하는 2번 제약과 맞물려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사 캐릭터와 마법사 캐릭터를 키운다고 가정하다. 전사는 레벨 20이고 마법사는 레벨 14인데(내 현재 캐릭터 레벨^^), 마법사용 레벨 16짜리 모자를 얻을 경우 이 아이템은 인벤토리에 계속 쟁여 놓게 된다. 전사와 마법사 모두 지금 당장 장착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법사가 레벨 16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인벤토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보니 레벨 15짜리 모자를 또 주웠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 보통은 둘 중 하나는 포기할텐데 버디러시에서는 둘다 쟁여놓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버디러시는 신체 부위 별로 아이템을 제한한다기 보다는 장착할 수 있는 슬롯 개수로 캐릭터 능력치를 밸런싱하기 때문에 모자를 두 개 장착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면 물약 계열 아이템 몇 개와 다른 직업군인 캐릭터를 위한 아이템 몇 개를 보관하다보면 18칸(최대 27칸) 인벤토리는 순식간에 가득 찬다. 이 현상은 게임 초반부터 발생한다.

상당 수 아이템이 “직업 && 레벨” 조합이라는 제약을 받다보니 다른 사람한테 선물하기도 쉽지 않다. 직업이 다양한데다 레벨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선물 주고 받는 사회성 가득한 상호작용을 한다기 보다는 그냥 버리게 된다.

인벤토리 UI상 실수도 있는데, 아이템을 선물할 때 캐릭터가 아닌 이용자(계정)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캐릭터 마다 구분되는 인벤토리를 갖지 않고 계정에 인벤토리 하나가 할당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선물로 줄만한 아이템은 직업 제약을 받기 때문에 “선물받을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캐릭터”여야 한다. 내가 마법사용 레벨 16짜리 모자를 홍길동에게 선물하려는데 정작 홍길동는 마법사 캐릭터를 키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람? 설령 있더라도 그 캐릭터가 레벨 10이라면?

그래서 물약같은 소모성 아이템을 선물로 주고 받는 것이 여러모로 실속있다. 직업과 레벨에 귀속되는 장비보다 훨씬 사용성이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게임은 파티 플레이를 기준으로 전투 밸런싱이 맞춰져 있어서 나보다 레벨이 높은 다른 이용자의 캐릭터를 파티로 데려와 게임을 하면 물약이 남아 돈다는 점이다. 절실하지 않은 선물을(물약) 받아봐야 그다지 기쁘진 않다.

물론, 이런 인벤토리 압박은 추후 인벤토리를 돈으로 사서 확장할 수 있게 하려는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 근데 이 압박은 은근하게 작용하여 자연스레 인벤토리 구매를 유도해야 하는데, 현재 버디러시는 압박을 넘어서 고통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고통”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면, 이 고통을 해소시켜주는 진통제(인벤토리 확장)가 게임의 밸런싱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걸 뜻한다. 현재 잘 잡힌 균형감이 인벤토리 문제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

좋은 점과 안 좋은 점 모두를 가져서 판단하기 애매한 UI도 있는데, 인벤토리가 꽉 찬 상태에서 퀘스트를 깨면 보상 아이템을 얻지 못 하는데 이때 인벤토리가 꽉 차서 아이템을 받지 못 한다는 안내이다. 장비는 메일함으로 보내주지만 소모성 아이템은 그냥 날리는 것이다.퀘스트 보상은 메일함으로 보내주지만, 퀘스트를 깨고 나서 상자를 열어 아이템을 얻는 기회는 날리는 것이다. 인벤토리가 꽉 찰 정도면 물약도 남아도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벤토리가 꽉 차서 아이템을 받지 못 해도 그렇게 억울할 건 없다. 하지만, 이용자가 “손해본다”고 느끼는 것이 문제이다. 아예 안 주는 것과(즉 준다 안 준다 안내 조차 없는 것) 주려는데 주지 않겠다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인벤토리를 한두 칸 비워놔도 퀘스트 수행 중에 아이템을 얻기도 하므로 “손해본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버디러시는 분명 잘 만든 게임이다. 컨텐츠 소비나 게임 진행 강약 조절 등 시스템 전체 레벨 디자인과 균형감 모두 훌륭하다. 그런 안정감 속에서 인벤토리가 버디러시 게임 특성을 살려주는 훌륭한 창고 역할을 할지, 화약고가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써는 여러모로 아슬아슬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정리하면, 아이템 순환율은 낮은 편인데 인벤토리 공간은 부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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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책 100권 읽는 목표를 달성하고, 후회한다.

1. 책 100권 읽기 목표를 달성하고, 후회하다

2008년 말에 2009년 한 해 동안 책을 100권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는 12월 23일에 달성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 앞으로 두 번 다시는 기간을 정해서 얼마만큼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알고 보면 이미 여러 사람이 이런 다독을 권하지 않았다. 나 역시 이미 그런 권고를 알고 있었지만, 이해하고 마는 것과 경험하여 깨닫는 것은 다르다. 난 무엇이 다른지 직접 후회하려고 도전했었다.

2.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과 변화

1년에 100권을 읽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365일로 계산을 해도 3~4일에 한 권, 주 단위로 계산해도 1주에 2권은 읽어야 한다. 예전에는 한 해에 대체로 50~70권 정도를 읽어 왔으므로 예전보다 1.5~2배가량 “빨리” 읽어야 했다.

빨리 달리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갑자기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달리는 습관, 달리기에 좋은 신발 등 여러 가지를 조정해야 한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100권을 읽을 방법을 구상했다.

2.1. 새로 고안한 방법

우리 뇌는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매우 잘 휩쓸리는 데다가 실제와 가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상황에 몰입하면 가상인데도 마치 실제처럼 받아들여 강한 동력을 얻는다. 그래서 관심과 신경, 목표를 향하게 하는 대상을 눈으로 자주 보는 게 좋다. 가족사진, 목표, 사명 같은 것이 그렇다.

난 방 창문에 커다란 책 도장 종이를 붙이고, 이곳에 읽은 책 이름을 하나씩 잘 보이게 썼다. 일부러 만든 건 아니고,  우연히 어린이용 책도장 종이를 얻어서 요긴하게 썼다. “지금이 6월이고 40권을 읽었으니까 남은 6개월 동안 60권을 읽으려면 더 노력해야겠군”이라고 이성이 계산하고 판단하는 것보다 “헐… 아직 이만큼밖에 못 채웠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상황판을 보는 게 더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또 하나는 책을 이어서 읽는 방식이다. 새 분야 책을 시작하면 그 분야에서 쓰는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 용어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문장 형식이나 낱말에 익숙해져야 그 분야 글쓴이들과 친숙해져서 책으로 글쓴이와 대화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유지는커녕 집중 상태에 빠지는 것부터 적잖은 비용이 필요하다. 기껏 익숙해졌는데 새로운 분야 책을 집어들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다시 집중 상태를 시작하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책을 관련 분야별로 이어서 읽는 건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2. 기존 습관을 보완

기존에 책 읽던 습관에도 변화를 줬다. 예전에는 여러 책을 한 번에 읽었다. 대중교통 탈 때, 자기 전에, 화장실에 있을 때, 혹은 이도 저도 아니어서 무척 애매할 때와 같이 상황에 따라 읽는 책을 따로 구분해서 읽었다. 하지만, 올해엔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한 번에 두 권을 읽는다. 하나는 집 밖에서, 다른 하나는 집 안에서 읽는다.

이러한 방법들은 평소 생활 습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고안한 것이다. 꼭 100권 읽기 목표 때문이 아니더라도 다소 산만한 독서 습관을 바꾸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100권 읽기, 즉 빨리 읽는 것이라서 계획하지 않았던 변화도 함께 찾아왔다.

3. 목표 달성을 노력하는 중에 찾아온 변화

3.1. 좋게 보는 변화

좋은 변화 중 하나는 시간을 좀 더 잘 관리하게 된 점이다. 바깥에서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책을 읽는다. 버스는 많이 흔들려서 앉지 않으면 읽기 힘들므로 지하철을 선호한다. 더구나 지하철은 자동차보다 시간 예측을 하기에 쉽고 편하다. 버스는 매 정거장을 의식해야 하지만, 지하철은 정거장 수에 2분을 곱하면 대략 도착 예정 시각이 되어 전화기에 알림 설정을 해서 시간 신경 쓰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버스와 지하철로 갈 수 있고, 각 교통수단을 이용했을 때 걸리는 시간에 큰 차이가 없으면 일부러 지하철을 탔다.

시간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면 시간과 일정을 관리하기 좋아진다. 혹자는 이렇게 시각 딱딱 맞추며 사는 게 피곤할 것이라고 하지만, 각 일정 시간을 예측하지 못해 각 일정 배치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훨씬 피곤하다. 책을 더 읽으려고 지하철을 더 선호한 행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꼼꼼한 시간 관리를 몸에 더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좋은 변화는 책을 읽는 행동이 무의식 속에서 나타나는 행동에 녹아들었다는 점이다. 가려우면 무심코 긁듯이 책을 읽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심코 책을 들어 읽게 됐다. 예전엔 책을 읽으려고 의식했는데, 100권 읽기 목표를 세운 뒤로는 짬짬이 나는 시간을 다른 데 쓰지 말고 책을 읽자고 더 강하게 의식했다.

의식 속에서 지속하는 행동은 무의식 속에서 이뤄지는 행동보다 몸과 머리에 부담을 준다. 의자에 앉아서 무의식 중에 다리를 달달 떨면 별로 지치는 기색도 없지만, 단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럼을 연습하려고 일부러 뒤꿈치를 들어 다리를 달달 떨면 금방 종아리에 쥐가 난다. 무의식 중에 책을 읽으므로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보다 머릿속 회로는 산소와 핏속 당을 덜 소비하는 것 같다.

물론, 특정 목적, 이를테면 드럼 베이스를 잘 두드려야 하는 목적에 기준을 두면 의자에 앉아 무의식 중에 다리를 떠는 행동은 그다지 유의미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무의식 중에 책을 읽다 보면 무의식 중에 문장을 흘려 넘기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3.2. 후회하게 만든 변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100권 읽기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을 하면서 잘못된, 혹은 안 좋게 보는 변화도 있다. 이 변화 하나 때문에 2009년에 책 100권 읽겠다는 목표 달성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바로 내용을 담은 묶음이 아닌 글자를 담아 묶어낸 물체로써 책을 읽은 것이다.

예년과는 달리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꺼내 읽는 빈도가 많이 줄었다. 더 깊이, 그리고 넓게 접하려고 많이 읽는 게 아니라 단지 많이 읽으려고 많이 읽는 것이다 보니 시간 부담을 안게 되고, 그래서 자연스레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꺼내 읽는 일이 많이 줄었다. 글을 익히려고 책을 읽기도 하지만,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목적을 둔다면 몇 번이든 책을 읽을 수 있고 그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을 때 단방향으로 배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의문을 표하며 양방향으로 소통해야 더 깊고 짜임새 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책도 마찬가지여서 내용을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책 속에 녹아들어 있어서 마치 책이라는 벽 뒤에 숨어 있는 것처럼 쉽사리 보이지 않는 글쓴이를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봐야 한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책이라는 매개체와 책에 쓰여 있는 글자는 글쓴이의 생각을 재현한 기호와 물체일 뿐이다. 기호는 본질을 재현하려고 흉내를 낼 뿐, 결코 본질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글자에서 뜻을 얻는 데 그치지 말고 그 너머에 있는 글쓴이를 마주 대하여 그 사람 머릿속에서 나온 본질을 읽어야 한다. 책 속에서 글쓴이를 찾을 수 없는 책은 둘 중 하나이다. 내가 책을 소화하지 못하여 글자라는 기호 벽을 넘지 못했거나 혹은 애초 글쓴이가 담겨 있지 않았거나. 후자에 속하는 책은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4. 다시는 하지 않으리

2009년 12월 23일에 100번째 책을 덮으면서 100권 읽기 목표는 달성했다. 실은 50권째 책을 다 읽은 5월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100권에 담겨있는 수백, 수천만 글자는 다 읽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내용은 읽지 못했다. 앞으로 나는 절대로 정한 기간에 얼마만큼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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