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개인기

며칠 전에 박지성이 선발 출전하여 전후반 모두 소화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풀햄의 경기를 보며 든 생각이 있었다. 박지성보고 개인기가 부족하다며 개인기를 갖춰야 한다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형태의 개인기를 말하는걸까?

박지성은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건)같은 개인기 위주 선수는 아니다. 우선 박지성은 공격수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의 가장 뛰어난 특징은 체력(부지런함)이다. 그 특징을 잘 살리는 자리는 미드필더이며, 공격형 미드필더일 때 박지성은 물 만난 고기 마냥 활달하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원활한 공 배급이 최우선이지 화려한 개인기로 수비를 제끼고 공을 넣는 역할이 주 역할은 아니다. 화려한 개인기를 갖고 있어서 달려드는 수비수를 제끼고 공을 안정감있게 배급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있는데, 이미 박지성은 그정도 개인기는 갖고 있다.

박지성이 항상 지직받는 개인기는 정지한 상태에서 부리는 개인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언론들이 개인기가 없다고 할 때, 네덜란드나 영국 모두 박지성을 표현할 때 테크니션, 즉 기술이 화려한 선수라고 한다. 2002년 대한민국한일 월드컵 중 포르투갈 경기에서 박지성은 황선홍이나 안정환과는 다른 매우 화려한 공 제어 후 슛(shoot)을 했다. 그리고 그 공은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박지성이 지적받는 개인기는 드리블할 때 볼 키핑력, 그러니까 공을 몰고 달려나갈 때 공을 안전하게 자신의 공으로 유지하거나 상대 수비를 제끼는 부분이다. 실제로 박지성이 뛰는 경기들을 보면 공을 몰고 달려나갈 때 몸 싸움에 밀려 넘어지거나 수비수가 공을 미리 낚아채는 상황이 많다. 이건 박지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박지성의 특징 때문이다.

박지성은 달려갈 때 그냥 달리지 않는다. 박지성은 온힘을 다해 달려간다(전력질주). 공을 앞으로 툭 차보내고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간다. 이렇게 달리며 공을 제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화려한 개인기를 갖춘 티에리 앙리나 호나우두 역시 온힘을 다해 달려갈 때 화려한 기술을 하지 못한다. 박지성처럼 공을 툭 차고 미친듯이 달린다. 2002 대한민국한일 월드컵 전에 프랑스와 했던 평가전에서 앙리가 공을 툭 차고 달려나가자 김남일이 앙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뒤처지는 장면이 나온다. 덕분에 앙리는 편하게 공을 차올릴 수 있었고 트레제게가 날아차기 하듯이 발리슛을 성공한다.

이런 침투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역시 수비수가 이런 선수를 막기가 무척 어렵다. 달리기에 탄력이 붙기 전에 막지 않으면 따라잡기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공격수는 자신의 방향대로 앞으로 편하게 달리면 그만이지만, 수비수는 공을 상대편쪽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등 뒤로 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일 달려나가고 있는 이런 선수를 미리 잡지 못해서 이미 탄력이 붙은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다. 최후방에 있는 다른 수비수가 공을 재빨리 가로채길 바라거나 뒤에서 잡으며 반칙으로 달려나가는 선수를 쓰러뜨릴 수 밖에 없다. 수비수 입장에선 정말 까다로운 선수다. 그런 점에서 설기현도 박지성과 비슷하다. 그래서 설기현도 개인기 되게 허접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낄낄. 하지만 상대 편 입장에서 설기현이나 박지성같은 선수는 참 짜증나는 선수이다.

단점은 간단하다.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점과 온힘으로 달릴 때 공을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하나 있다면, 같은 편 선수 중 박지성의 질주를 따라잡아서 박지성의 돌파에 힘을 실어줄 공격수가 없다면 별 의미없는 단거리 달리기 밖에 안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 2001년도 평가전에서 골(goal)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끝끝내 골을 보여주지 못했던 골 결정력 부족 현상 중 하나도 이런 점이었다. 황선홍과 안정환은 박지성만큼 빠르게 침투할 발과 체력을 가지지 못했었다. 박지성이 미친듯이 달려나가서 수비 진영을 돌파해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발생했음에도 중앙에 아무도 없어서 공허한 공 넘기기(crossing)가 되는 경우가 참 많았다.

마무리하자면, 박지성의 개인기는 절대 미흡하지 않다. 박지성의 활동 위치(공격형 미드필더)에서 갖춰야 할 정지 상태에서 개인기는 충분하며, 달려나갈 때 역시 자신의 장점인 체력을 잘 살려 툭 치고 전력 질주하는 특성상 개인기가 나오지 못할 뿐이다. 만일, 크리스티아우 호나우두같은 개인기를 갖추라고 한다면 박지성은 자신의 색과 맛을 잃게 된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에 입단할 수 있었던 매력을 버리라고 주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지성이 완벽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아직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요즘 박지성이 듣고 있는 개인기 얘기는 뭔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꼬리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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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

  1. 무릉동원 님,

    2005년 10월 3일 15시 10분 26초

    잘 읽었습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이네요.

  2. 곰팡이군 님,

    2005년 10월 3일 15시 10분 59초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기 = 드리블’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참 답답하게들 시리…

    좋은 글!

  3. 하늘은블루 님,

    2005년 11월 10일 13시 11분 50초

    공감가는 글입니다.
    글 URL처럼 박지성은 박지성인데 왜 호나우도를 만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비수에 걸려 그라운드에 자주 넘어지는걸 보면 안쓰러워서 적당히 요령피웠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최보윤님 블로그 아시나요?
    현지에 계시면서 유럽축구, 특히나 박지성 이영표 선수 얘기를 재미있게 쓰셔서 자주 들어가서 보는 사이트인데 도움되셨으면 좋겠네요 :-)

  4. 띠용 님,

    2005년 11월 10일 21시 11분 03초

    쓰읍~!!!-ㅍ-;
    아니 제가 좋아하는 김남일의 가장 큰 실수를 찝어내셨다니..ㅋㅋ ㄱ
    그래도 프랑스전때 그 실수 이후로 김남일의 멋진 로빙패스로 박지성이 골넣었잖아요.ㅎㅎ
    박지성에게 개인기를 더해라는 사람들의 말은 정말 웃겨요. 각자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더욱 더 연마해서 단점을 커버할 수 있을때까지 하라는것이 더 좋은건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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