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하게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은 폭력이다.
1. 어려운 말
한글을 만든 목적은 요즘 말로 간단히 말해서 정보를 널리 두루 공유하기 위함이다. 한글을 만들기 전엔 중국 글자인 한자를 썼는데, 한자는 먹고 살기 바쁜 대다수 사람들이 익히기에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한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양반층이 정보 대부분을 독점하여 권력을 누렸다. 한글은 며칠이면 익혀서 소리를 글로 받아적을 수 있을만큼 쉬운 글자였기에 당시 양반층은 한글을 강하게 반대했고, 그 탓에 한글이 일으킬 수 있는 어마 어마한 가치는 오래도록 묻히고 만다.
한글을 쓰는 요즘은 어떨까. 한글 덕에 우리는 말을 아주 쉽고 빠르게 쓸 수 있지만, 불행하게도 글로 담을 말은 참 어렵다. 우리말 자체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쉽게 쓸 수 있는 말을 굳이 어렵게 쓰는 탓이 더 크다. 어려운 말에 너무 익숙해져서 쉬운 말을 쓰는 것을 더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을 지경이다. 몇 가지 살펴보자.
만약에 사람들이, 사실은 선적인 일관성이나 변증법적인 양극성이라는 것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억지로 관습적인 시뮬라시옹을 가지고 뒤틀어놓은 영역 안에서, 아무 사건의 사이클 전체를 예견해 본다면, 이 행위나 사건은 모든 사람에게 득을 주었고 모든 방향으로 바람 통하듯이 통해 버렸기 때문에 사이클의 끝에 와서는, 이 행위에 대한 모든 임의로운 한정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고 그와 함께 모든 행위는 폐기되어 버린다.
책, 시뮬라시옹, 47쪽 중에서
저 한 문장은 지금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내 철학 개념이 얕은 탓도 있겠지만, 문장이 우리말과 매우 다른 꼴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저 책은 번역서이고 철학책이라서 작은 의역이 뜻을 크게 잘못 전달 할 수 있으니 저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문장은 어떠한가.
인간의 영혼은, 그것이 자신 속의 동물적이고도 맹목적인 욕망을 이성적 사유와 분별의 힘에 의해 다스리고 지배할 때, 자신의 본래적 탁월함을 실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의 모든 부분 모든 기능은, 그것들이 모두 이성적 분별의 힘에 의해 통제되고 조정될 때, 자신의 본래성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책, 나르시스의 꿈, 40쪽 중에서
번역서 같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영어 번역투 문장에다 지나치게 대명사를 써서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이런 문장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내용은 아니니 넘어간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문장은 어떠한가.
범죄행위로 인한 사망ㆍ중장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불명 또는 무자력인 관계로 범죄피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받지 못하거나,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에 있어서 고소ㆍ고발 등 수사단서의 제공, 진술, 증언 또는 자료제출과 관련하여 피해자로 된 때 국가에서 피해자 또는 유족에게 일정한도의 구조금을 지급하는 제도
사이버 경찰청, 범죄피해자 구조제도 중에서
문장이 쉽지 않고 낱말도 어려워서 글로 봐도 얼른 이해가 안되는데, 만약 저런 설명을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말로 듣는다면 더 알아듣기 힘들 것이다. 이쯤되면 어려운 말은 폭력이라고 칭할 수 있다. 정보(지식)를 이용한 폭력 말이다. 그나마 법조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말을 쉽게 쓰는 노력을 기울여 행정 소송 안내글 경우처럼 법 관련 정보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말 위주로 써서 제공하고 있다.
2. 쉬운 영어 쓰기 운동
영국에선 1979년부터 쉬운 영어 쓰기 운동(Plain English Campaign)을 벌이고 있다. 한 노인 부부가 사회보장제도인 난방비 신청 서류를 쓰지 못해 얼어죽은 일이 계기가 되었다. 공문서, 보험 및 금융, 법 관련 문서는 고약하다는 말이 나올만큼 어려운 표현이 가득해서 원성을 사고 있는데, 이런 문서에 있는 말을 일반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바꾸는 운동이다. 예를 들면,
If there are any points on which you require explanation or further particulars we shall be glad to furnish such additional details as may be required by telephone.
만약 설명이나 세부사항에 대해 요구할 점이 있다면 전화를 통해 기꺼이 추가 세부사항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문장을
If you have any questions, please phone.
여쭤보실 게 있다면 전화 주세요.
이렇게 쉽게 바꾸는 것이다.
이런 훌륭한 운동을 오랜 시간 해온 덕에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이 운동에 동참하는 곳에는 크리스탈 표식을 달아주며 적극 장려하고 있다.
3. 어려운 말 쓰기에 굴복 당하고 휩쓸리기
어려운 말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예의 때문이다. 고맙다고 하면 예의 없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하는 식이다. 감사는 일본식 한자어인데, 고마움을 느낌이라는 뜻이다. 쉽지 않는 낱말인데 이제는 두루 쓰여서 쉬운 말이 되었고, 고맙다는 말보다 더 공손한 표현으로 쓰인다.
또 다른 이유는 효율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기득권이다. 우리말로 쓰기 어려운 표현이 있긴 하다. 그러나 상당 수는 우리말로 풀어쓰거나 대신 쓸 수 있다. 감자(減資)라는 말 대신 자본금 줄이기라고 써도 뜻을 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 감자라는 낱말을 쓰면 이 말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뜻을 알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진입 장벽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혹은 ~적이라는 표현으로 뜻을 불명확하게 나타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고의적으로”는 “일부러”, “대체적으로”는 “대체로” 쓸 수 있다. 이런 말은 그래도 쉽고 명확한 편이다. “가시적 증명”나 “문제적 장면” 같은 표현은 말도 어렵고 뜻도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다. “문제적 장면”이라는 것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인지,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라고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인지 얼른 알기 어렵다. “가시적 증명”도 눈에 보이는 증명인지, 증명 결과가 눈에 보일만큼 진행됐다는 것인지 쉽게 알기 어렵다. 이런 표현들은 말을 짧게 줄여주지만 뜻을 불명확하게 하여 어렵게 느껴진다.
우리말이 있는데도 다른나랏말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다양한데 게으름이나 허영심 때문인 경우가 흔하다. 선이나 줄이라는 우리말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굳이 라인(line)이라고, 상자라고 써도 되는데 박스(box)라고, 전화기나 휴대전화기라는 말 대신 휴대폰이라고 말을 쓰는 것이다. 물론 다른나랏말이므로 우리말에 꼭 들어맞는 말로 쓰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가 아니라면 그 상황에 맞는 우리말을 쓰면 되는데, 라인, 박스, 폰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많이 쓰이고 있다. 흔히 쓰이는 다른나랏말이라서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말이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
4. 쉬운 말 쓰기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어떤 시트콤에 나온 장면이 기억난다. 일제강점기를 보낸 할아버지가 툭하면 며느리나 손자가 알아들을 수 없게 일본말로 구시렁거린다. 며느리가 있는 자리에서 친구와 일본말로 흉을 보기도 한다. 극 특성상 우스운 상황으로 풀어냈지만, 말로 휘두르는 폭력성 때문에 보는 내내 불편했다.
이미 우리는 다른나랏말로 세대나 계층 사이에서 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에 이르렀다. 그뿐인가. 쉬운 말을 쓰면 알아들을 수 있는데 굳이 어려운 말을 써서 알아듣기 어렵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소통을 가로막고, 더 나아가 정보 공유를 방해하는 폭력이다. 어려운 말 쓰기라는 폭력은 작게는 소통 방해를 하고,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거나 두려움을 갖게 해 도망치게 한다. 때로는 어려운 말을 힘겨워 하는 이들을 죽이기도 한다. 말을 쉽게 쓰지 않는 이들과 어려운 말이 이 사회를 채우고, 이 사회는 그러한 말과 정보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정보 소외 계층으로 만든다.
아직 이 사회에서 떠다니는 어려운 말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말은 빠르게 어려워지고 있고, 그 빠르기를 따라잡지 못하는 순간부터 자신도 어려운 말이 휘두르는 폭력에 희생 당한다. 쉬운 말 쓰기는 자신을 지키는 것이고, 더 나아가 내 이웃, 사회를 지키는 것이다. 또, 정보를 빠르고 두루 공유할 수 있어 지금보다 더 큰 집단 지성을 이룰 수 있으며, 정보에 다가가는 것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된다.
익숙하지 않거나 어려워도 쉬운 말을 쓰도록 노력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동균 님,
2008년 10월 29일 13시 10분 40초
가능한한 쉬운말로 설명하는게 필요하다는 것은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읽었는데, 안드로메다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는…
하지만 어려운 말을 풀어서 쓰는 것은 대화의 양을 늘릴 가능성이 있고, 이는 좀 더 깊은 수준의 대화로의 길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즉, 무엇보다 상대방이 어느정도의 도메인을 이해할 수 있는지에 맞추어서 용어의 풀이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디자인패턴의 장점중에 하나가 세부구현의 전반적인 그림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압축성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듯하네요.
어쨌든 가능하면 쉬운언어를 쓰도록 노력하되, 어려운 용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한날 님,
2008년 10월 29일 21시 10분 07초
공감합니다. 다만, 뜻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아예 실패해서 생기는 비용과 어려운 말을 풀어서 생기는 비용을 비교했을 때, 제 경험상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것이 더 나았습니다.
글에서 “쉬운 영어 쓰기 운동” 내용에 나온 예만 보더라도 쉬운 말로 푼다고 해서 꼭 나타낼 말이나 글이 느는 것도 아닙니다. 대화나 교류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어려운 말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반대겠지만, 이 글처럼 특정 분야나 계층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쉬운 말을 쓰는 것이 여러 모로 낫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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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말씀하신 바와 같이 어려운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정확히는 “어려운 말”이 아니라 그 말에 담긴 뜻이나 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며, 이런 노력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많은 이들이 쉬운 말을 쓰면 더없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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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말은 보고 듣는 이에게도 좋지만, 쓰는 이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쉬운 말로 나타내려면 말을 하려는 대상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제대로 이해가 안된 상태에선 불명확하게 말을 하여 뜻하지 않게 어려운 말을 하거나, 어려운 말로 접한 정보를 그대로 다시 말하기 쉽거든요. 그러므로 접하는 정보가 비록 어려운 말일지라도 그걸 쉬운 말로 나타낼 수 있을만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말씀하신 “어려운 용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자연스레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nawata's me2DAY 님,
2008년 10월 30일 00시 10분 00초
NB의 생각…
“제대로 이해가 안된 상태에선 불명확하게 말을 하여 뜻하지 않게 어려운 말을 하거나, 어려운 말로 접한 정보를 그대로 다시 말하기 쉽거든요.”라고 한날 님이 말씀하셨다….
rath 님,
2008년 10월 30일 02시 10분 43초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 쓸 수 있을만큼 그 용어나 개념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도 어렵게 쓰지만, 쉽게 쓸 수 있는데도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어렵게 쓰는 사람들도 있더라. 혹은 그 개념이 충분히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하고만 소통하기 위해 쓰는 경우도 있고. 너무 쉽게 쓰면 독자 층이 한없이 넓어져버리는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사람도 있고 -_-;
뇌내혁명 1권 저자 서문을 보면, 쉬운 말을 써서 책을 쓰는 것에 대해 학계 사람들(뇌 관련)의 반발이 무지 컸다고 하더라고. 거기서 학계 사람들이 주장한 것은.. 쉽게 글을 쓰면 충분한 기반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지식이 전달될 수 있는데, 이것이 여러가지 오해와 잘못된 행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래.
어느 정도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어. 수많은 자기개발 서적들이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라!’ 라고 얘기하는데, 독자들은 자기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서.. 결국 안드로메다 개념을 가진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행동하다가 최근 인터넷의 신개념, 무개념 사태가 일어난 것은 아닐까? -_-;;
그래도 요새는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이 많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
rath 님,
2008년 10월 30일 03시 10분 17초
이번엔 좀 다른 문맥의 댓글..
공부의 비결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1483510&CategoryNumber=001001022015 에서 본 내용인데, ‘공부 열심히 하란 말이야!’ 고 했을 때, 도대체 공부란 무엇이고.. ‘열심히 하다’ 라는 것은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고.. 그러다보니 ‘열심히 하다’라는 것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만을 취해서 단어를 외우고 외우고.. 계속 외우고.. 이해가 안되면 통째로 외우고.. 실제로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여전히 모르고.. 다음 스테이지에서 그 단어과 조합된 문장이 나오면 또 어렵고.. 그러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채 또 외우고.. 외우다가 한계가 오면 관련 문장을 검색해서 또 단편적인 내용만이 전부인 것처럼 이해하고.. 그러다 포기하고..!! (얼른 포기하면 다행이지)
읽기 쉽게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저자의 머리속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진정 어려운 거 같아.
한날 님,
2008년 10월 30일 04시 10분 23초
# rath, 첫 번째 댓글에 공감하고, 그런 상황에 분노하며.
가장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바로 그 부분이지. 권위나 기득권을 지키려고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이야 말로 “폭력”이라고 부르고 있는 상황 중 가장 고약한 상황이야. 정확하고 명확한 뜻 전달을 하기 위해 최대한 원문을 지키다 소리 글자만 우리글이고 말은 다른나랏말이나 마찬가지인 번역서는 그래도 나아. 이것이야 말로 잘못된 이해와 소화로 본래 뜻이 왜곡되는 걸 막으려는 의도니까. 그런데 권위나 기득권 때문에 어려운 말을 쓰는 건 그 반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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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말과 글 속 뜻을 제대로 집어내지 못하고 잘못 읽는 이는 언제나 있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쉬운 말이 필요하고, 쉬운 말로 더 많은 소통을 해야하는 것이고. 이래 저래 답답한 상황이야. 흑.
한날 님,
2008년 10월 30일 04시 10분 36초
# rath, 두 번째 댓글에 대해서. (이 댓글 역시 원글에서 좀 벗어남)
이 글 다음에 올리려고 쓰고 있는 글과 좀 관련된 내용을 댓글로 먼저 달게 되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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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글은 머리 속 생각, 뜻을 가리키는 기호일 뿐이야.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정의를 말로 다듬고, 그 말을 나타내는 글을 만들고. 다시 말하면, 말과 글은 본질, 혹은 그 뜻을 흉내내는 아주 작은 조각일 뿐이기 때문에 제대로 내용을 전달하는 데엔 한계가 있어. (그래서 나는 “~적”이라는 표현을 무지 싫어하지. 말을 되게 막연하고 불명확하게 만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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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과 글을 이용해서 생각을 잔뜩 풀어서 전달하지. 말이나 글에 생각을 담는 것이 아니야. 생각을 말이나 글로 풀어내고, 그로인해 생각이 말이나 글에 담기는 것이지. 쉬운 말이란 곧 생각을 풀어내는 일차 단계나 혹은 그 전/후에 위치한 생각덩어리나 마찬가지야. “쉬운 말”이라는 것 자체도 엄밀히 말해서 말과 글 같은 기호가 아니라 개념이므로 사람마다 그 꼴이 달라. 그래서 말이나 글이라는 기호로써 “쉬운 말”을 써서 전달 효과를 높여야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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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도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이는 있어. 심지어는 손끝을 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달은 손톱이었노라 말하기도 해. 참 안타깝고 슬픈 상황이야. 손끝을 보는 이 때문에 슬프다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 슬프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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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알맹이라고 쳤을 때, 말이나 글은 알맹이를 감싸는 껍데기라고 생각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그 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말과 글은 껍데기도 못되지. 그런데 머리와 머리를 선으로 이어서 달(생각)을 고스란히 전해주어도 달 옆에 있는 별을 보거나 손끝을 볼 거라고 생각해. 생각이란 알맹이란 절대 개념이 아니라 사람마다 머리 속에서 일으키는 상대 개념이기 때문에, 디지털 자료를 복사하듯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받는 순간 자신의 생각에 맞추어 정리하거든. 상대방이 내 생각을 아무리 훌륭하게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이쯤되면 전달이나 복사가 아니라 “재현”을 하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지. 흉내라면 다행이지. 내 생각엔 시늉이 더 많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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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소통이란 긍정이나 부정같은 반응을 동의하는 과정이나 행위가 아니라, 내 생각을 상대방이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게 하여 공감을 일으키는 노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질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최대한 가까운 재현, 즉, 또다른 창조물을 만들고 이를 확인하는 것이니 “저자의 머리 속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진정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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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쓰기 : 쉬운 말을 쓰자는 글에 이런 개떡같은 문장으로 댓글을 달았다…흑. 난 아직 멀었다.
tastyone's me2DAY 님,
2008년 10월 30일 11시 10분 03초
달나라박군의 생각…
어려운 말이 어려운 내용을 나타내는 건 아닐 것이다….
쏭군 님,
2008년 10월 30일 11시 10분 44초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평소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어려운 어휘를 선택하여 사용한다고 해서 글쓴이가 유식해보이거나 글이 더 윤택해지는 건 아니라고 100% 공감합니다. 특히 공부를 많이 하신 교수님들 마저도, 어려운 글로 되어진 글은 대충 읽어버리시더라구요.
글을 잘 쓰는 것, 나아가 한글을 아끼는 것 그리고 그 한글로 나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것은 쉬운 글쓰기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블로그를 보면, ‘논평, 단상’ 따위의 단어를 써가며 어려운 한자로 글을 치장했는데, 전혀 유식해보이지 않고 글의 설득력도 떨어지며 가독성도 떨어지는 것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nawata's me2DAY 님,
2008년 10월 30일 13시 10분 43초
NB의 느낌…
한날 님은 또 “그래서 나는 “~적”이라는 표현을 무지 싫어하지. 말을 되게 막연하고 불명확하게 만들거든.”이라고도 말씀하셨다….
rath 님,
2008년 10월 30일 13시 10분 23초
복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재현을 해야겠네 :$
itcanus' me2DAY 님,
2008년 10월 30일 14시 10분 58초
choasin의 생각…
글을 쉽게 쓰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거 같아요. 그치만 노력하다보면……
osanna 님,
2008년 10월 31일 13시 10분 25초
공감합니다.
말과 글이 소통의 수단임을 잊지 않는다면,
청자나 독자가 어떤 집단인가를 막론하고 쉬운 말과 글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요.
쉽게 말한다는 것이 사실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하고 쓰기 위해서는 머리속에서 이미 그 내용이 곤죽이 되고
스스로 자유롭게 편집하고 각색할 수 있게 된 후라야 가능한 일입니다.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설명하려면 필연적으로
말과 글이 어려워지기 십상입니다.
또한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도 굳이 어렵게 설명하면서 우쭐대는 경우가 있지요.
비뚤어진 지적 허영과 특권의식은 일반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통해서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죠.
오죽하면 왕이 민중들을 위한 글을 만들었겠습니까?
다양한 어휘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습득하는 것이
우리의 말과 글을 발전시킨다는 전제를 잊지 않는다면,
소통에 있어서의 ‘쉽게 말하기’는 언제나 최우선 덕목이겠지요.
minoci's me2DAY 님,
2008년 11월 3일 12시 11분 43초
민노씨의 생각…
» 불필요하게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은 폭력이다. ( 한날은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