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체감 물가

비싼 서울 물가, 더 비싼 도쿄 물가?

얼마 전, 서울 물가가 아시아 중에서 가장 비싸다는 기사를 봤다. 아시아 나라 중에서 가장 비싸다는 얘기는 서울 물가가 도쿄보다 비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또, 여러 일본을 다녀 온 여러 사람들도 우리나라(대한민국) 물가가 일본 물가를 제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정말 그런지 얼른 공감이 안갔다. 일본에 온 지 3주차에 접어든 입장에선 여전히 당연코 일본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비싸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서울과 도쿄 물가를 비교했고, 결론은 서울과 도쿄 체감 물가는 거의 비슷하거나 서울이 조금 더 높다고 내렸다. 하지만, 나한텐 이곳 도쿄 물가가 서울에 있을 때보다 1.5~2배 가량 더 비싸다. 왜 그럴까?

돈 쓴 내역

나라마다 물건이나 서비스 값은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할 때 흔히 쓰는 것이, 우리나라는 서비스 이용료가 일본보다 싸고, 일본은 공산품 값이 우리나라보다 싸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래서 단순히 물건이나 서비스 이용료 몇 가지로 물가를 비교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일정 기간 동안 사는데 드는 돈으로 비교를 했다. 여기서 드는 예는 내가 서울과 도쿄에서 2주를 사는 데 드는 실제 돈 내역이며, 물가를 비교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나 요소 중에서 실제 돈을 쓴 내역으로 비교한 것은 그나마 내가 몸으로 겪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 것은 내가 일본에 오래 산 것이 아니라서 나 스스로 얘기하기 어색하다)

  서울 (서초동)
도쿄 (시부야)
한 끼 밥값 5,000~6,000원 700~900엔
하루 교통비 1,000원 월 정기권 7,900엔
이외 5,000엔
2주 유흥비 50,000~100,000원 10,000~15,000엔
기타 50,000원 이하 7,000엔 이하
총합 약 216,000원 약 33,650엔

위에서 방값은 우리나라에선 부모님 댁에 얹혀 살기에, 일본에선 회사 숙소에서 지내기에 뺐고, 수도세나 전기세 등은 아직 일본에서 청구서를 받지 않아 뺐으며, 통신비 등은 일본에서 전화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뺐다.

밥 값은 아낄려면 더 아낄 수 있지만, 보통 회사 사람들이 가는대로 이끌려 가는 회사 주변 식당에서 먹는 비용으로 산출했다. 난 주말에도 바깥에 나가 혼자 밥을 먹거나 커피샵에 가서 “오늘의 커피” 한 잔 시켜두고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곤 한다. 이런 커피값 등은 “기타” 항목에 넣었다.

교통비는 비교하기가 어렵다. 국내에선 정기권이 없지만 일본에선 구간 단위로 정기권을 쓸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기본 요금 900원에 추가 요금 100원이 붙어 하루에 2,000원씩 들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지만 환승할 때 돈이 들진 않는다. 일본에선 숙소와 회사가 같은 구간에 있어 월 7,900엔짜리 정기권을 끊어 타고 있다. 이 구간 안에선 몇 번을 타건 무료다. 하지만, 다른 구간에선 별도로 표를 사야 하며, 환승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환승할 때나 다른 구간을 이용할 때 드는 돈은 “이외 5,000엔”으로 뺐다.

2주 유흥비는 우리나라에 있을 때 3~4번 정도 유흥을 즐겼고, 일본에선 2주 동안 4번 정도 즐겼다.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지 못한 이유는 여럿이서 먹고 머릿수대로 돈을 나누는 과정에서 돈 계산이 어영부영 되어 정확하게 얼마가 들었는지 얼른 파악이 안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타”엔 평소엔 잘 들지 않아 불규칙하게 돈이 나가는 항목이다. 가끔 군것질을 한다든가 물잔을 산다든가 필기구를 사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산출한 합계는 우리나라에 있을 때 216,000원, 일본에선 33,650엔이다. 현재(2007년 8월 21일) 환율로 100엔 당 850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286,000원이다. 일본에서 7만원 정도 더 쓴 셈이다.

자, 그러면 일본 현지에서 2주 동안 286,000원은 어느 정도 가치일까? 이걸 알려면 내 또레 일본 사람들 평균 월급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정확히 알 순 없지만 IT업종에서 근무하는 20대 후반이 받는 평균 월급은 480만엔 정도라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에선 어떨까? 정확한 자료를 찾진 못했지만 여러 기사들을 종합했을 때 평균 200만원 정도였다.
(위 값은 이외 여러 기사를 참조한 결과 저 정도 급여를 평균으로 잡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환율 계산하고 세금 이리 저리 계산하면, 대충 두루뭉술하게 잡아도 20대 후반인 일본 사람은 한 달에 약 300만원을, 우리나라 사람은 약 200만원을 번다. 300만원에서 286,000원은 9.5%이고, 200만원에서 216,000원은 10.8%이다. 즉, 우리나라 사람이 조금 더 비싸게 느끼거나 거의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나다.

나는 월급을 우리나라 급여 정책 등을 고려해서 우리나라에서 받고 있고, 생활은 일본에서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200만원을 월급으로 받고 286,000원을 2주간 쓴 것이다. 200만원에서 286,000원은 14.3%이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보다 약 1.3~1.5배 더 돈을 쓴다는 계산이 되는데, 실제로 그랬다.

물론, 내 월급이 200만원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예를 들면, 저렇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받는 급여 기준으로 돈을 받고 생활은 일본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체감 물가는 더 비싸다. 즉, 우리나라에서 받는 월급을 기준으로 봤을 때 생활하는데 돈이 더 나가는 것이다. (아직 월급 전이라 해외 출장/파견비는 계산하지 않았다.)

게다가 환율은 무시할 수 없는 무서운 복병이다. 내가 일본에 올 당시 환율은 100엔당 800원이었고, 며칠 전 환율 널뛰기 때 100엔당 900원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100엔당 100원 차이는 2주 동안 51,650원, 약 51,000~52,000원이 그냥 사라졌다 생겼다 하는 차이이다.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돈 5만원이 그냥 생겼다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달이면 10만원이다.

결론

교육비, 통신비, 전기세(일본은 전기세가 우리나라보다 더 싸다) 등을 감안하지 않긴 했지만 우리나라 물가는 도쿄보다 상당히 더 비싸긴 하다. 물론, 자동차를 몰 경우 주차비나 자동차 세금, 보험비 등은 우리나라가 더 싸다고 하지만, 이것 저것을 다 따져도 우리나라 물가가 일본보다 더 세다고 하며, 체감 물가도 그렇다. 왜냐하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돈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지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버는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에 와서 돈을 쓴다면, 일본 물가가 훨씬 세다. 약 1.5배 정도 잡으면 된다. 꼭 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배낭 여행을 할 때 우리나라 안을 돌 때와 일본 안을 돌 때 차이는 상당히 날 것이다. 비행기 값을 제외하더라도 생각 외로 돈이 팍팍 나간다.

그러니 서울 물가가 도쿄 제쳤다는 기사만 믿고, 일본 여행에 드는 돈이 부담 없을 거라는 오해를 하면 고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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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2 12:01 2007/08/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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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아니마 2007/08/22 15:39 # M/D Reply

    그렇군............내가 일본에 갈 일이 생길것 같진 않지만
    아주 유익한 경험 글..감사,,,

    1. 한날 2007/08/24 23:03 # M/D

      두루 널리 유익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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