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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8 매운 카레집, 리틀스푼 by 한날 (7)

매운 카레집, 리틀스푼

모처럼 매운 먹거리가 그리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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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내고 있는 가와사키현(미조노구치 역 부근)에는 리틀 스푼(리토루스푸운)이라는 매운 카레를 파는 카레집이 있다. 총 6단계로 매운맛을 나누고 손님이 매운 정도를 고를 수 있게 하고 있다. 토끼,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 개, 호랑이, 맘모스, 용으로 나눠놨는데 용(드래곤)이 가장 맵다.

값은 크기에(양) 따라 달라지는데 가장 적은 양은 300엔, 중간 양은 380엔, 많은 양은 480엔이다. 하지만, 고기를 닭으로 할 지 돼지로 할 지에 따라 값이 조금 달라진다. 또, 호랑이 등급부터는 50엔씩 값이 더해진다. 가장 매운 용 등급은 150엔이 덧붙는 셈.

시켜봤다. 우선 보경님이 먼저 시켰다. 치즈 카레(아마도) 중간 크기이며 가장 매운 용 등급.

보경님이 시킨 치즈 카레 사진
보경님이 시킨 치즈 카레

숙번님은 참치 치킨 카레 중간 크기로 용 등급. 종업원은 정말로 이걸로 할 것이냐고, 괜찮느냐며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그 모습이 재밌는데다 도전하는 긴장에 우리 모두 하.하.하. 웃었다. 이번엔 내 차례. 두 사람이 용 등급을 골라서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용 등급을 고를 뻔 했다. “드래곤”이 목젖까지 올라왔다가 겨우 억누르고 포크(pork) 카레 중간 크기로 호랑이 등급을 골랐다.

자, 이제 먹어볼까나?

호랑이여, 용이여. 덤벼라!

초반. 보경님은 카레와 밥을 비비지 않고 밥에 얹힌 상태 그대로 떠서 드셨고, 숙번님과 난 비벼먹었다. 매콤하지만 무교동 낙지나 불닭보다 못하다며 사뭇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먹었다. 보경님 것을 한 숟가락 떠먹어봤는데 두 단계 덜 매운 내 것과 큰 차이는 없는 듯 했다.

예전에 불닭을 먹은 적이 있다. 상당히 매웠다. 함께 나온 숭늉은 뜨거웠다. 맵다고 숭늉 들이키면 식탁 위에 올라가 춤을 추게 된다. 왜냐하면 매움과 뜨거움은 맛이 아니라 아픈 감각(통각)이기 때문에, 맵고 뜨거운 걸 함께하면 방어력이 약하디 약한 혀에 강한 통증을 합치는 상황이 된다. 뜨거운 것이 아픈 감각인 건 알겠는데 매운 건 아픈 감각인지 잘 감이 안온다면 맛을 느끼지 못하는 다른 몸 부위에다가 청량고추 속살을 문질러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고추에 청량고추를 문지르면 아주 곤란하니, 혹여라도 실험하지 말 것.

숙번님이 시킨 치킨 카레
숙번님이 시킨 참치 치킨 카레

중반. 슬슬 입질이 올라왔다. 누군가 30cm짜리 플라스틱 자로 내 혀를 억지로 짓누르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나와 보경님은 눈에 띄게 숟가락질이 느려졌다. 땀이 났다. 숙번님은 숟가락질을 별로 늦추지 않고 열심히 잘 드셨다. 나와 보경님은 혀를 아파했는데 숙번님은 입 안은 괜찮은데 속이 좀 쓰리다고 하셨다.

숟가락질 횟수에 비례하게 매운 맛으로 아파오는 정도가 강해졌다. 누적형 매움이었다. 난 어쩔 수 없이 혀에 뭍은 매운 성분을 닦아내기 위해 (naan, 빵처럼 생긴 인도식 빵)을 샀다. 100엔 추가. 인도식 카레를 하는 곳에 가서 “난”을 시켜보면 알겠지만, 난은 꽤 넓다. 물을 뭍혀서 얼굴을 덮으면 밀가루 팩이 가능한 넓이이다. 근데 이곳 난은 손바닥만 했다. 가게 이름으로 리틀 스푼이 아니라 리틀 난이 어울릴만큼 작았다. 100엔짜리에게 뭘 바라랴.

후반. 보경님은 3~4 숟가락 정도를 남기고 힘겨워하고 있었다. 숙번님은 이미 다 잡아먹고 매운 카레에 격랑을 겪고 있는 위를 다스리기 위해 운기조식 중이었다. 난 “난”에 기대어 힘겹게 카레를 먹고 있었다. 아니, 실은 내가 카레에게 잡아 먹히는 기분이었다. 난을 너무 잘 써먹어서 3~4 숟가락 정도 남은 상태에서 난을 다 먹었다. 아, 이대로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고 마는 것일까!

매운 먹거리를 먹다보면 20% 정도 남았을 때가 가장 괴롭다. 80%를 먹으며 매운 기름이 혀나 입안, 혹은 위에 차곡 차곡 알차게 적립되듯 누적되기 때문이다. 만약, 중간 중간 맵다며 물을 마셨다면 20%를 남기고 미칠듯한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먹거리 속 매움은 매움을 일으키는 기름이 중요 용의자인 경우가 많은데, 알다시피 물과 기름은 상극이라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즉, 물을 마셔봐야 기름은 씻겨나가지 않고 알차게 살갗에 붙들려 있을 것이다.

찬물을 마시면 잠깐 나아지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매운 기름이 씻겨 내려가서 그런 게 아니라 차가움에 통각이 잠깐 마비된 것 뿐이며 곧 다시 매움에 몸부림치게 된다. 매운 먹거리를 마실 때는 식빵처럼 기름을 흡수하는 먹거리가 좋다.

내가 시킨 포크(pork) 카레
내가 시킨 포크(pork) 카레

나는 20% 정도 남은 상태에서 매운 기름을 닦아내줄 난을 다 먹었다! 몇 숟가락 먹자고 난을 하나 더 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꿀꺽 삼킬 마음으로 덥썩 덥썩 떠먹었다. 물론, 이는 미련한 짓이다. 식도가 헐 수 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호랑이님, 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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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호랑이에게 졌다. 보경님도 용에게 졌다. 숙번님은 비겼다. 무교동 낙지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개성 강한 매움이었다. 보경님은 다시는 용에게 덤비지 않을 눈치였다(실제로 며칠 뒤 또 이곳에 왔을 때 보경님은 호랑이를 택했다). 숙번님은 승부처가 됐던 곳을 되뇌이며 다음 승부를 위한 전략과 전술을 짜는 듯 했다. 찬란한 무승부여!

일본에서 사먹는 먹거리는 대체로 달거나 짜다. 매운 먹거리를 시켜도 짠 맛만 강할 뿐 맵지 않다. 그래서 가끔 매운 “맛”이 사무친다. 그럴 때 가끔 먹으면 괜찮을 듯 하다.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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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노구치(溝の口)역에서 내린 뒤 동쪽 출구로 나가면 된다. 나가면 1층에 맥도날드가 있는데 맥도날드를 마주보고 있는 상태에서 맥도날드 건물 오른쪽으로 두 갈래 길이 있다. 맥도날드 건물을 끼는 길과 그 길의 오른쪽으로 향한 골목길. 이 오른쪽 길로 주욱 들어간다. 별로 넓지 않은 일방통행 길이다. 가는 길에 커다란 오락실을 지날 것이다. 가다가 교차로가 나오는데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나온다. 저 지도에서 빨간 표시한 곳인데 확실하진 않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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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도는 좀 더 확대한 사진.


* 2007년 8월 29일 덧쓰기 :
아, 맞다. 리틀 스푼은 연쇄점(체인점)이다. 꼭 저기까지 찾아갈 필요는 없다. 시부야에서도 봤다. 시부야역을 기준으로 서쪽 출구로 나와서 한 50m 걸으면 보인다. 서쪽 출구가 몇 개 있는데 어디든 그냥 나와서 주욱 올라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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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8 10:31 2007/08/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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