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주 생활 속 자전거

일본 드라마나 영화, 혹은 만화를 보면 자전거 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난 이런 장면을 보며 “아~ 일본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는구나” 하고 넘기곤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지내다보니 많이 타는 모습이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전거 타는 사람 수를 보며 신기해하지만(?) 곧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전거 타는 문화와 많이 다른 점을 신기해하게 된다. 어째서 MTB 자전거나 접는 자전거 같은 건 거의 보이지 않고 옛날에(?) 아저씨들이 타던 자전거가 대부분일까. 하루 종일 도쿄 거리를 걸으며 수 많은 자전거를 봤는데 신기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던 자전거를 이곳에선 거의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없던 자전거를 이곳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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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다시피 자전거는 이동 수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전거는 조금 다른 도구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생활 운동”, “레져” 성격이 강하다. 인라인 스케이트 느낌이랄까? 이동 수단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며 자전거엔 이동성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기능성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이동성에 중점을 맞추면 우리나라에선 주요 이동 수단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 교통비가 싸기 때문이다.1 정확히 말하면, 서울에서 대중 교통을 타고 이동을 할 때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급히 이동하거나 자전거를 타는데 몇 가지 제약(크건 작건)이 생기면 자전거는 이동 수단으로써 밀려나기 일쑤이다.

일본은 좀 다르다. 이동 수단이라는 점에선 같지만, 운송 수단으로도 쓰는 점은 다르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자전거를 이동 수단 뿐 아니라 운동 수단으로 쓰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에 뒷안장을 달거나 앞에 바구니를 단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없지만, 일본에선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 도구를 자전거에 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바구니나 메고 있던 가방을 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심지어 앞바구니에 먹을 것을 놓고 자전거를 타면서 먹는 광경도 봤다. (물론 흔한 광경은 아니다)

즉, 일본에서 자전거는 생활 속에 늘 함께 하는 도구 중 하나라면,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는 주 생활에서 조금 떨어져서 운동 기구 중 하나이다. 지나친 일반화 같겠지만 두 나라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놓고 보면 이런 표현이 지나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자전거 타고 다니기 좋은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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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얘기일 수 있지만, 일본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렇게 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우선 자전거 외 이동 수단들은 비싸다. 예를 들면, 오토바이나 자동차, 대중교통 모두 비싸다. 오토바이나 자동차 값이나 기름값은 일본이 더 싸지만2 이들을 유지하는 비용은 만만찮다(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다룰 예정). 돈이 덜 드는 이동 수단인 자전거가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다. 대체로 자전거는 대중 교통을 이용할만큼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쓰기 보다는 걷기엔 좀 거리가 있을 때 쓴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경우 대체로 자가용을 쓰지만 이곳에선 자전거를 쓰는 것이다.

자전거를 탈 수 밖에 없다고 치더라도 자전거를 타기 안좋은 환경이면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나라는 자전거를 타기엔 아직 좋지 않다. 단순히 도로 문제 뿐 아니라 자전거를 세우는 곳 역시 대단히 부족하다. 일본은 그런 점에 있어서 대단히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카와사키현에서 시부야, 미나토 등 몇 몇 동네를 골목길로 이리 저리 다녔는데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다 멈출만한 곳엔 어김없이 자전거 세움터가 있었다. 공용 자전거 세움터가 멀리 있더라도 다가구 주택들 상당 수는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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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에 있는 어느 자전거 세움터.

자전거를 세울 공간이 따로 없더라도 자전거에 있는 휴대성을 잘 살려 목적지 부근 아무데나 세워도 될 것이다. 하지만, 출퇴근을 하거나 몇 시간 동안 자전거에서 떨어져 일을 볼 때는 아무데나 세우기 부담스럽다. 누가 망가뜨리거나 훔쳐가면 어쩌지? 하는 신경도 쓰인다. 하지만, 자전거 전용 공간이 있다면 한결 마음이 편하다. 일본은 이런 시설물이 대단히 잘 되어 있다.

또, 좋은 점은 신호 시간이다. 일본 거리에서 사람이 건너는 신호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길다. 고작 5m짜리 작은 찻길인데도 사람용 신호등에서 건너는 신호는 거의 40초나 됐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까지도 8차선 도로에서 사람용 신호 시간은 고작 45초였다. 사람이 건너는 신호 시간이 자전거와 무슨 상관이 있는 지 궁금할텐데, 이 신호가 길면 길수록 길을 건널 때 사람과 자전거가 뒤엉키는 정도가 덜하다. 건너는 신호 시간이 짧으면 사람들과 자전거가 얼른 건너려고 한 번에 우루루 몰려서 뒤엉키게 되고 그러다 보면 부딪힐까봐 서로 불편해진다.

아쉽다, 우리나라

12시간 동안 도쿄 동네 곳곳을 걸으면서 대단히 많은 자전거를 봤다. 1,000대 이상 본 것 같다. 거리를 누비는 자전거는 물론, 동네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자전거 세움터와 그곳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들. 주거지만 돌아다녔기 때문이 아니라 번화가인 시부야 한 가운데서도 많은 자전거를 봤다. 심지어 시부야 중심지에서 북서쪽에 잔뜩 있는 호텔/모텔 지역에서도 장바구니 단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여럿 봤다.

이런 환경이나 문화가 참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막연히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자며 자전거 타기 운동를 강요만 하지 말고, 자전거 다니는 길이라며 사람 다니는 길에 붉은 흙을 깔지 말고, 자전거를 타고 다닐만한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일부 동네에선 이런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으며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 기관 말을 들은 지 여러 해가 지나도록 아직도 매우 아주 많이 부족하다. 너무 더디다. 많은 돈을 들여 사람 다니는 도로에 돌 싹 들어내고 다시 까는 건 매년 빠릿 빠릿하게 하면서 정작 자전거를 세우고 묶어 둘 수 있는 장치 몇 개 두는 건 몇 년씩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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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았지만 자전거를 세우는 쓰임새로는 충분한 거치대.

크고 화려하고 뛰어난 시설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를 세울 수 있고, 자전거와 사람이 신호를 서둘러 건너느라 뒤엉켜 서로 불편하지 않는 긴 신호 시간처럼 작아서 잘 눈에 띄이지 않지만 실은 매우 우릴 편하게 하는 요소들을 바라는 것이다.

생활 속 이동 수단이자 운송 수단으로 자전거를 많이 쓰는 일본 사람들. 그리고, 그렇게 하기에 좋은 환경과 문화. 우리나라에서도 얼른 이런 환경과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덧붙임말
  1. 우리나라와 일본 대중 교통과 대중 교통비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여기선 서울 대중 교통비는 일본 대중 교통비에 비해서 대단히 싸다. [제자리로 가기 ]
  2. 산겐자야(さんげんざや)에서 본 어떤 주유소에서 휘발유 값은 1리터 당 우리 돈으로 1300원 정도였으며,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한 주유소는 1리터당 1700원 정도였다. 현지인 체감 물가를 감안하면 일본 사람이 느끼는 기름값은 우리나라 사람이 느끼는 기름값의 40~50% 수준이다. 간단히 말해서 1리터당 800~900원 느낌이라는 얘기다. [제자리로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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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4 11:29 2007/08/24 11:29